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뭘, 난 이런데 나오는 게 좀 그러네.
손주들의 재롱이나 보며 여생을 즐겨야할 노년에 하루일과를 봉사활동으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얼굴이 있다.
인터뷰 내내 쑥스러운 듯 너털웃음으로 대답을 일삼는 장용순(78, 대곶면 쇄암리)씨.
장용순씨는 지난 99년부터 김포시 정신보건센터를 찾는 치매노인들의 발이 되어 주고 있다.
정신보건센터는 지난 98년 4월에 개소해 만성정신질환자를 비롯해 노인성정신질환자 들의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노인성정신질환인 치매 환자는 총 4명, 하루도 빠짐 없이 이들의 집까지 찾아가 자신의 차에 태우고 센터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 장용순씨의 몫이다.
장용순씨의 올해 나이는 78세,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필요한 경우 거동을 못하는 노인들을 직접 안기도 하고, 업어서 차에 태우기도 해 정정한 모습을 과시하기도 한다.
처음 몸이 좋지 않은 이웃집 할아버지를 모시고 보건소를 찾았던 장용순씨는 정신보건센터 복지사들의 부탁으로 얼떨결에 이 같은 봉사를 하게 됐다고 전한다.
하나도 힘들지 않습니다. 노인들과 함께 출퇴근하는 것이 이젠 일과가 되어서 내 체력이 허락하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이일을 할겁니다.
현재 김포시노인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장용순씨는 아침 7시 반부터 노인들을 센터에 모셔다 드리고 나면 노인회 일을 본다. 그리고 노인들이 끝나는 시간인 3시 반에 맞춰 다시 센터로 가 노인들을 집까지 다시 바래다주고 나서 비로소 집으로 향한다. 이런 생활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계속된다.
가끔 나보다 나이가 어린 분이 센터에서 치료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감사하는 마음, 만족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 가를 직접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장용순씨다.
젊을 적에는 바쁘게 사느라 봉사할 겨를도 없었지요. 지금도 재정적으로 넉넉치 않아 많은 일을 할 수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경기도 시흥에서 출생한 그는 젊었을 적에는 사업을 하느라 정말 바쁘게 살았다고 털어놓는다.
정신보건센터에는 20명의 치매노인의 수용이 가능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많아 이용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여기에 있는 복지사들은 노인들의 대소변을 치우면서도 눈살한번 찌푸린 적이 없을 정도로 효자다며 센터 복지사, 간호사들의 자랑을 늘어놓기도 한다.
2남 2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부인 김영숙(71)씨와 함께 노년을 보내기 위해 김포에 발을 붙인지 어언 18년, 희끗희끗한 말년을 치매노인과 함께 하는 장용순씨의 인생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의 인생 절정기에 빛을 발한 은빛 봉사정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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