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盧 椿 熙 박사
盧 椿 熙 박사 / 경기개발연구원장·본지 논설위원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개발정책을 둘러싸고 때아닌 입법경쟁이 일고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 의원발의로 ‘지방경제살리기 특별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이후 자민련·재경부 등이 잇따라 유사법안을 내놓음으로써 수도권정책관련 법안이 국회에 복수로 쌓여 있다.

인구·기업 지방분산 실패

그 내용이 역행적이어서 심의과정에서 한바탕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와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각 지방의 균형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제반 정책을 동원해온 지 이미 30여 년이다. 그럼에도 지금 새삼스럽게 규제를 강화 또는 수정하자는 내용의 법안들이 다투어 나오게 된 배후에는 정치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그 밖의 시·도가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정치적 갈등을 유발했다. 그러나 수도권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다시 불거지게 된 근본 원인은 그동안의 수도권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에 바탕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균형유도 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하나의 이의제기로 보아야 한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과밀부담금 등 여러 시책을 채택해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집중을 억제하고 기업의 지방분산을 유도했지만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46%로 불어났고 대기업 본사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간의 수도권 정책이 실패한 것은 정책방향을 바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책채택과정에서 정치적 논리가 경제적 논리를 압도했던 것도 실패를 부추겼다. 그렇다면 정치적 동기를 다분히 내포한 대항적인 법안내용을 이리저리 타협조정해 서둘러 입법처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입법경쟁을 하나의 계기로 삼아 그간의 수도권정책을 재평가하고 정책방향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의 국가경제상황은 심상치 않다. 지역균형이라는 당위성에 매달려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외국자본은 등을 돌리고 국가경쟁력은 세계 36위로 추락했다. 수도권정책 관련법들을 국가경쟁력이라는 잣대로 재조명하고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논리에 기초한 수도권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기업은 입지여건과 경제성·투자효율 등을 우선적으로 비교하여 여건이 양호한 곳에 투자하게 마련이다. 이 같은 속성을 무시한 채 물리적으로 기업을 옮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각종 규제와 유인책으로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했지만 지방공단이 비어있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앞으로의 균형정책은 국가경쟁력과 국민경제의 총체적 성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잃고 국민경제의 총량이 지체된 상태에서의 균형은 하향평준화일 뿐 실익이 없다. 균형에 연연하기 앞서 무엇이 결과적으로 경쟁력과 성장력을 최대한 키우는 길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수도권과 기타지역을 대립적인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수도권의 유리한 산업여건을 국가경쟁력의 핵으로 우선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국가경쟁력을 되살려내고 그 효과가 지방으로도 파급되도록 유도한다면 길게 보아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하는 플러스섬 게임이 가능하리라 본다.

입지 활용 경쟁력 확보부터

세계가 수도권 규제를 지양하면서 지식산업을 선점하려 다투는 지금, 풍부한 고급인력과 정보인프라 등 지식산업의 입지조건을 갖춘 수도권을 외자와 국내자본의 투자진입 금지구역으로 계속 묶어두는 것은 안타깝다. 수도권 규제만능의 망상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정치우선의 논리에서도 속히 탈피해야 한다. 장래의 균형정책은 권한과 책임을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한 틀 안에서 투자요인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중앙정부는 그 재원조달을 돕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시스템으로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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