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그림책 독서모임으로 『시인과 조약돌』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야기 속 여우의 캐릭터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솝우화의 여우는 꾀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다른 동물들과는 원만하게 지내지 않는 아주 개인주의적인 모습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여우같다’는 표현은 약삭빠르면서도 실속을 챙기는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의 여우는 처음에는 알고 있는 이미지의 꾀 많은 여우였지만 바쇼의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았을 때 느꼈던 인간적인(여우지만;;) 깨달음을 얻은 후 과거의 모습에서 조금이라도 성숙한 모습으로 나아가
독일의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책 먹는 여우』가 많은 인기를 끌면서 여우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한 후속 작품이 나왔습니다.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책 먹는 여우’의 여행일기』 등 여우 아저씨 캐릭터를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아마 시리즈로 읽을지도 모릅니다. 겨울이라 ‘겨울 이야기’를 골라보았습니다. 지난번 『책 먹는 여우』 편에서 여우 아저씨는 작가가 되어 자신이 쓴 책을 팔기도 하고 먹기도 하면서 큰 부자가 되었다고 했지요. 날마다 멋진 하루를 보내고, 원하는 만큼 책을 사 먹고, 해마다 맛있는 새 책을 쓰는 여우 아
책의 시작은 이렇다. 여우 아저씨는 책을 좋아했어요. 좋아해도 아주 많이 좋아했어요. 그래서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소금 한 줌 툭툭 후추 조금 톡톡 뿌려 꿀꺽 먹어치웠지요. 이렇게 여우 아저씨는 책에서 지식도 얻고 허기도 채울 수 있었어요. 이토록 주인공에게 몰입해서 읽었던 책이 있었던가. 여우의 마음을 십분 아니 구십분 이해하며 읽고 또 읽었다. 혹시 예전에 영어사전을 찢어 먹어 보신 분 계실까요? 하하하... 공부에 심취했어야만 하는 시기에 누군가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 나머지 다 외운 단어는 다시 보지 않겠다는 의지의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어떤 괴물들이 살고 있나요? 그 괴물들은 어떤 때에 밖으로 나오게 되나요? 내 안에 있는 괴물과 마주할 때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오늘은 아동심리 문학 그림책의 거장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괴물은 내 안의 여러 부정적 감정이 서로 다른 모습의 괴물로 표현되었다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주인공 맥스는 늑대옷을 입고 위험한 도구를 손에 들고는 짓궂은 장난으로 강아지를 괴롭히다 엄마에게 혼이 났습니다. “이런 괴물딱지 같은 녀석!” 엄마는 저녁밥도 안 주고 맥스를 방에 가두었습니다.
문명의 발상지, 인구밀집도 세계 1위, 요가, 향신료 하면 생각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향신료와 설탕 공급지로 15~16세기 대항해 시대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 나라의 풍부한 자원의 소유는 열강들의 이권 다툼에 이용돼 90년 가까이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비폭력 저항운동의 대표자 간디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인도의 간디 일화로 알려진 이야기입니다.인도의 어느 기차역, 객실에도 지붕에도 사람들이 빽빽하게 끼어 앉아 있습니다. 기차가 움직이고 출발하자 사람들이 기차를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비단보에 개똥’... 개똥이 들어간 한국 속담은 18개나 있다고 합니다. 갑자기 웬 개똥같은 소리냐구요?오늘은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 똥』이 주제입니다. 속담에서 보듯 개똥은 일반적으로 흔하기 때문에 하찮고 쓸모없는 것, 또는 천하고 고생스러운 현실을 말합니다. 오늘 돌이네 흰둥이가 담 아래에 남긴 흔적은 거대한 자연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합니다. 그것도 자신의 온몸을 녹이고 스며들면서 말입니다. 참새도 더럽다고 거들떠보지 않고 소달구지에서 떨어져 나온 흙덩이도 똥
가죽신 장수가 늦은 밤 달빛 아래 검은 숲길을 지나갑니다. 어두운 밤길에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 같은 숲은 무섭기만 합니다. 그러다 무언가의 그림자를 발견합니다.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두 손이 쫓아오는 것 같아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가죽신 장수가 다녀간 뒤 마을에는 괴상한 소문이 퍼졌습니다. 숲에 유령이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산딸기 축제를 앞두고 마을 사람들은 유령이 나타날까 무서워 아무도 검은 숲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멀리서 온 나그네가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소문을 들어본 적 없는 나그네는 흥얼흥얼 콧
말괄량이 삐삐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짧은 동화를 소개합니다. 이야기는 ‘옛날 옛날에 사람들이 가난 때문에 어렵게 살던 시절...’이라고 시작합니다. 17~19세기는 독일의 그림형제, 프랑스의 동화작가 샤를페로 그리고 덴마크의 안테르센까지 구전으로 내려오던 민담들이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로 재탄생하고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을 승화시키는 창작물들이 쏟아지던 시대였습니다. 산업혁명과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친 대재앙적인 인간 야욕의 참혹한 결과에는 한 가지 다행스런 점도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을 보는 시각의 변화입니다. 키가 작
페르시아의 한 젊은 왕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기 뜻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었습니다. 왕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가질 수 있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어느 날 왕은 궁중 도서관을 거닐다 세상의 모든 지식들이 담겨있는 책들을 언제 다 읽을 것인가 생각하며 나라의 학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여봐라, 나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알아야겠노라. 하지만 책이 너무 많다.” 학자들은 20년이란 세월에 걸쳐 세상의 모든 책들 속에서 가장 값진 내용만 추려 두꺼운 책 100권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왕은 10
하이쿠를 소개합니다. 석 줄에서 열일곱 음절로 된 짧은 시 형식으로 일본에서 생겨난 장르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하이쿠를 완성한 바쇼의 이야기 시작해 봅니다. 바쇼가 후카 강 근처로 이사를 와보니 자기 땅 안에 벚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바쇼는 버찌를 그곳의 여우들과 나눠 먹기로 했지요. 평화도 잠시 여우 몇 마리가 슬그머니 욕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버찌를 좋아하는 젊은 여우는 급기야 바쇼를 속이기로 작정합니다. 떠돌이 중으로 둔갑한 여우는 강가에서 조약돌 세 개를 주워 금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러고는
무표정의 여자가 세 명의 남자를 업고 있습니다. 남편과 아들 둘로 보이는 세 남자는 왜 여자의 등에 업혀 있는 것일까요? 장면마다 돼지를 찾는 재미가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돼지책』은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대표적인 그림책입니다. 사랑스러운 분홍 표지에 어울리지 않는 여자의 표정은 어딘가 불편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피곳 씨네 아침풍경입니다. 아주 중요한 회사를 가야 하는 피곳 씨와 아주 중요한 학교를 가야하는 아이들은 그저 입을 벌리며 말합니다. “밥 줘!!” 피곳 부인은 모두의 아침을 챙긴 후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의 방을 정리하고
우리나라 전통문화 중 탈을 쓰고 가면극을 펼치는 탈춤이 있습니다. 몸에 생긴 병이나 뜻밖에 일어난 궂은일이라는 뜻의 ‘탈나다’에서 ‘탈’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탈에 얼굴을 감추거나 꾸며 탈을 쫓으려고 만든 물건이지요. 원시시대 종교의식에서 비롯됐지만 세월이 흐르며 살면서 맞닥뜨리는 갖가지 문제를 대사와 몸짓으로 표현하는 예술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오늘은 벽장 속에서 몰래 꺼내든 탈이야기입니다. 외갓집에 맡겨진 건이는 이제나 저제나 엄마를 기다립니다. 한 달이 지나서 오시로 한 엄마아빠가 한 달이 지나도 오
가끔은 내게 주어진 환경보다 더 좋은 곳, 더 환상적인 삶을 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때로는 오늘의 꽃발게처럼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설령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이 된다면?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CEO가 된다면? 하고 말이죠. 한쪽 발의 크기가 자신의 몸집만큼 큰 집게발을 가지고 있는 꽃발게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우리가 농게라고 알고 있는 이 꽃발게가 주인공인 이유는 갯벌에서 서식하는 수천 종의 생물 중에서도 특이한 생김새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꽃발게는 바다 저 멀리 수평
우리나라 경남 통영시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동피랑마을’이란 곳이 있다. 동피랑이 동쪽 벼랑을 뜻하는 말이라 동쪽 벼랑의 마을을 일컫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저자 이담원 작가는 동피랑 마을에서 통영항을 내려다보며 ‘그리움’이라는 감정의 단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한 번 읽었을 때는 동피랑 마을에 사는 아이가 배를 타고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그리워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 읽으니 다른 그리움의 감정이 느껴진다.동피랑 마을에 사는 아이는 아빠랑 할아버지랑 함께 살고 있다. 아빠가 타고 나간
같은 삼십 분도 하기 싫은 일을 하거나 재미가 없으면 한 시간처럼 느껴지고,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할 때면 삼십 분이 오 분처럼 짧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최근에 아주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지도 모르는 이야기이다. 학창시절에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는 그렇게도 재미가 없더니 다 크고 나서 이제야 하는 공부는 왜 이렇게 재미가 있는지 모른다. 책 읽는 시간은 또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더 늦어졌으면 하고 바라거나 졸리는 눈꺼풀이 속상할 때가 있을 정도다.
돌멩이만큼 나이를 자랑할 수 있는 자연이 또 있을까? 아주 커다란 바위에서부터 고운 모래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수천, 수만 년의 세월을 거친다. 오늘 내 손에 쥐어진 이 돌멩이가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는 모르지만 때로는 원시시대의 사냥 도구로, 납작하고 평평한 돌은 한국에서 구들장으로 쓰였다. 어린 시절 가족과 캠핑을 가면 어른들은 돌멩이가 없는 곳에 텐트를 치지만 아이들이 노는 곳은 예쁜 돌멩이가 많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집 아이들도 ‘명돌’이라 부르는 작은 돌이 하나 있는데 여름휴가 때 어느 바닷가에서 주워 온 것이다. 이름을
학사모에 검정색 가운 그리고 커다한 눈으로 아이를 향해 뻗어 있는 손은 당장이라도 아이를 잡아먹을 듯하다. 선생님으로 보이는 인물이 책의 반을 차지하고 그 앞에 아이 한 명이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하며 서 있다. 요즘 서이초 사건으로 교권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지만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권위적인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는 부모들이 있다. 권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일 수도 있다. 당부하건대 제발 권위를 갖춘 부모, 권위 있는 선생님이 되길 바란다. 일정부분 권위를 권력으로
최근 들어 인문학 고전이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이미 유명한 작품뿐만 아니라 그 고전의 모티브가 된 작품까지 찾아보는 경우가 있다. 오늘 소개할 이 고전으로 말하자면 재창조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네이아스의 이야기’라는 뜻의 아이네이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영웅들의 대서사시 형식을 빌렸지만 『아이네이스』는 고대 그리스의 영웅들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고대에 쓰인 문학작품들 그리고 민족이나 나라별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 구성된 구전문학들은 창작자를 알 수 없
아주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마음과 생각들을 조율해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부부의 모습이 있습니다. 꼭 부부가 아니더라도 가족을 이루는 두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다툼뿐인 삶이겠지요. 결혼하는 부부에게 늘 따라다니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길을 잘 들여야 해.” ‘길들이다’는 사람이나 짐승을 잘 가르쳐서 부리기 좋게 하거나 따르게 만들다’라는 의미로 애초에 상대를 나에게 맞추기 위한 쓰임의 단어입니다. 이 말은 아내가 될 사람들만 듣는 게 아닙니다. 남편이 될 사람들도 듣습니다.
한 배에서 나와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한날 한시에 나온 쌍둥이도 다르니 형제, 자매라고 다르지 않다. 형제가 있는 집의 가장 큰 장점은 가장 작은 사회구성 집단인 가족 안에서 사회를 먼저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사회생활을 하느라 혼나고 있는 우리집 어린이들을 비롯해 형제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오늘의 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이다. 늘 밖에서 뛰어노는 오빠와 늘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여동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표지를 넘기면 한쪽은 벽돌무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