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 본지 논설위원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말이 있다. 남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심보를 나타낸 속담이다.
그러나 사실 이 속담과 같이 별로 잘날 것도 없는 사람이 오로지 아부나 눈치만으로 번창하는 것을 보면서 못마땅한 기분이 들 것이라는 점은 이해할만하다. 노력도 없이 얕은 꾀나 술수로서 출세하는 자를 보고 존경심이 우러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것도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의 일종이다. 그러나 나날의 일상중에 우리가 받는 정신적 상처는 이런 것뿐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불편은 아랑곳없이 전철안에서 자기 집 안방처럼 다리를 쫙 벌리고 앉은 아저씨, 고속도로 승용차 주행차선을 엉금 엉금 기고 있는 동안 버스전용차선으로 쌩쌩 달려나가는 얌체승용차, 밤중에 몰래 쓰레기 봉투를 내집 앞에 버리고 가는 이웃사촌. 농담처럼 얘기하지만 실제로 줄을 서는 사람만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총체적 위기상황에 빠졌다는 것은 누구나 감지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법과 질서의 실종과 더불어 사회적 기강의 해이에 대하여 설교하는 식자층이 많아 지고 있으나, 나아지기는 커녕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느낌이다.
젊은 사람들 일수록 공중도덕이 없는 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 나라의 장래가 걱정된다. 요즘들어 이민을 가려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 꿈을 펼쳐 보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가 싫어서 떠난다고 한다.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중 이민을 한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아마도 대단히 성격이 좋거나 둔감하거나 둘중의 하나일 것이다. 혹자는 무너진 공권력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법을 엄히 세울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이란 대체로 수고로운 것을 싫어하므로, 엄한 벌로써 치국하는 자는 미움을 받게 마련이다.
법이 엄하면 곧 백성들의 원성을 듣게 되고 자칫하면 배척당하게 되는 것이다.
옛날 공손앙(公孫秧)은 진(秦)나라 효공(孝公)을 가르쳤는데, 그는 십오(什伍), 즉 열 명 또는 다섯 명을 한 조로 만들고 서로 감시하여 조 안에서 죄를 범한 자가 생기면 밀고하게 하고 이를 어겼을 때에는 그 조가 연좌되어 같은 벌을 받는 제도를 설정했었다.
또한 법령을 명백히 하여 세도있는 자에게 청탁하는 길을 봉쇄해 버리고, 군주를 위해 힘쓴 자를 장려하여 상을 주고, 능력도 없으면서 관직을 구하는 자들을 금하여 농사를 짓게 하거나 군졸로 썼으며, 전쟁에 공로가 있는 자에게 출세의 길을 열어 주도록 했다.
효공은 모두 이를 시행한 결과 군주의 지위는 안정되고 나라는 부강해졌지만, 8년이 지난 후 효공이 세상을 떠나자 공손앙은 그동안 미움을 받았던 자들에 의해 사지가 찢겨져 죽고 말았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좋은 제도인 줄 알면서도 막상 그 때문에 내가 피해를 입게 되면 반대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상황이 더 나쁘게 된 것은 우리나라 공권력은 백성들이 무시해서가 아니라, 원칙과 기준없이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스스로 무너졌다는 것이다.
몇년전 환경부에서 개최한 팔당호 수질보전에 관한 공청회장에 난입하여 회의를 난장판으로 만든 남양주시장의 경우는 이러한 모습의 압축 요약판이랄 수 있다.
아무리 선거에 의해 뽑힌 시장이라 해도 시장은 분명히 국가 공조직원의 일원인데, 선거를 의식한 시장이 앞장서서 법률을 무시하는 행동을 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묵인될 수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초질서 위반사범을 단속해야할 지방자치단체장은 다음 선거를 위하여 왠만한 것은 못본 척 눈감아 줄 수 밖에 없고 상황은 갈수록 꼬여 가고 있다.
말하자면 법과 질서를 외치면서도 이를 집행할 손발은 제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있고, 사람들은 입으로는 개탄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를 즐기고 있는 형상이다.
이 정도면 총체적 위기상황이라는 말이 빈말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쪽은 국민이 아니라,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공권력의 담당자들이다.
소위 당국자라 하는 사람들은 쓰러져버린 원칙을 다시 세울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무원들에게는 백성들의 분발 보다도 가일층 엄하고 가혹한 자기반성과 결심이 필요하다.
욕을 먹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공직자는 공직자 자격이 없다.
현군과 명재상은 언제나 사고의 중심을 나라와 민중에 두었지 일신의 안녕과 영달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공직자가 왕자병에 걸린 나라, 제 잘난 독불장군만 있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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