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鍾 逸
/북한연구소 이사겸 상임연구위원
·본지 편집위원


20여년전의 오래된 얘기다.
북한 함정이 서해경계선을 침범, 정부가 그 사실을 공식으로 발표했는데도 당시 신문을 비롯한 언론에서 그 기사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관계장관이 기자실에 들러 기자들에게 북한함정이 경계선을 침범한 그런 중요한 안보기사가 어찌해 그렇게 가벼이 다루어질 수 있느냐며 항의성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듣고 있던 한 기자가 장관한테 늑대와 소년의 이솝의 우화(寓話)를 아느냐고 물으며 늑대가 나타났다는 소년의 고함소리에 놀라 동네 사람들이 달려나왔으나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진짜 늑대가 나타나서 소년이 다급해서 살려달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지만 동네사람 한사람도 달려나오지 않은것처럼 그동안 시국이 어수선하기만 하면 의례 때맞춰 안보(安保)관련기사를 발표하는 바람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생각한게 아니냐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 장관은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더 말을 못하고 슬그머니 자리를 뜨더라는 것이다.
거짓말은 믿음을 얻지 못하고 믿음을 얻지못하면 돌아오는 것은 낭패밖에 없다는 극명(克明)한 이치를 강하고 분명하게 전해주는 대목이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최근 한국인 마약사범 신(申)씨의 사형집행 사실통보를 놓고 중국정부와 우리나라 정부간에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며 빚어진 파문은 우리정부의 잘못으로 판명되었다.
앞서 중국정부는 우리정부에 신(申)씨의 사형집행방침을 세차례에 걸쳐 통보했는데도 한국정부가 통보받지 않았다고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한 우리정부의 반응은 절대로 그런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중국정부가 통보했다는 문서가운데 하나는 중국주재 한국대사관 문서철에서 발견되었고 또하나는 선양영사(領事)사무소에서 팩스전송기록에 기재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쉽게 말해서 우리측은 외국으로부터 공문서를 받고서도 접수대장에 기록조차 해놓지 않았는가 하면 어떤 문서는 아예 어디갔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이다.
문서처리의 기본절차마저 깡그리 무시한 처사다.
그러면서도 내용을 제대로 확인해 보지도 않고 무조건 문서를 받지 않았다고만 우겨댔으니 중국정부측의 말마따나 우리정부가 거짓말을 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외교적실책은 실책이고 이로인한 국제사회에서의 망신인들 오죽하랴.
그리고 비록 우리국민의한사람이 외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관계법에 따라 공정하고 정당한 조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지를 살펴주고 보호해야 하는 것이 우리 대사관이 해야할 마땅한 일인데도 이를 소홀히 한 잘못 또한 지탄받아 마땅하다.
물론 그 잘 잘못은 앞으로 잘 가려서 합당한 처벌이 있겠지만 그보다 더 마음쓰이는 일은 중국은 물론이고 외국사람들의 눈에 우리나라와 우리국민이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점이다.
지금세계는 한울타리가 되어 서로 들락거리며 더불어 일도 벌리고 거래도 해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외교의 잘못으로 도움은 고사하고 외국사람들로부터 거짓말쟁이 국민, 믿지못할 국민으로 낙인 찍힌다면 어찌될까?하는 일인들 잘되며 하는 거래인들 잘 될까?
더우기 어느때보다도 각 분야에서 중국과의 교류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이때인데 言必信, 行必果(말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행동에는 과단성이 있어댜 한다)를 가장 중요한 도덕적 기준으로 삼고 있는 중국사람들이 겉으로 내색은 않는다하더라도 속으로는 우리를 어떻게 보며 어떻게 생각할까?그리고 그렇게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비단 중국사람들 뿐이겠는가?이제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되겠다. 그리고 두번다시 그런 잘못이 되풀이 되어서는 않되겠다. 나라뿐만 아니다. 우리 개개인,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성하고 명심해야 되겠다.
늑대와 소년이라는 이솝의 우화가 새삼 오늘따라 유독 소중하고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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