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외로움인 줄 모르고

 

이규리

 

시멘트와 물을 비벼 넣으니 단박에 벽이 생기고

벽을 사이로 순식간에

안과 밖이 나왔다

 

단단하구나 너에게

그게 외로움인 줄 모르고 비벼 넣었으니

어쩌자고 저물녘을 비벼 넣어 백년을 꿈꾸었을까

 

벽이 없었다면 어떻게 너에게 기댈 수 있었겠니

기대어 꿈꿀 수 있었겠니

 

벽이 없었다면 날 어디다 감추었겠니

치사한 의문들 어떻게 적었겠니

 

받아주었으니, 기대었으니

그거 내 안으로 들어온 밖 아니겠니

밖이 되어 준 너 아니겠니

 

 

 

시감상

벽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다. 본문대로 시멘트와 물을 비벼 넣으면 단박에 생기는 벽, 벽을 경계로 안과 밖이라는, 나와 너라는, 쉽사리 구분 지을 수 없는 경계가 생겼다. 경계는 경계가 아닌, 의지할 대상이며 꿈꿀 수 있는 대상이며 나를 감출 수 있는 유일한 내 안으로 들어온 밖이 된다. 그것이 나만 가질 수 있는 외로움의 한계가 되더라도 벽은, 경계는, 가끔 허물고 다시 만들 수 있는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든 경계와 벽. 그 바깥에 무수하게 많은 말과 말 사이. 나를 감춰보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경북 문경, 현대시학 등단, 시집 <앤디워홀의 생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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