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誘致)의 사전적 의미는 ‘행사나 사업, 자금 등을 끌어들이다.’라는 뜻입니다. 행사를 ‘유치’하다. 올림픽을 ‘유치’하다. 외자를 ‘유치’하다. 라는 말에서 보듯 계약 상대가 있는 일이 서로 불가역적 합의나 확정 단계에서 ‘유치했다’라는 말을 ‘공표’하는게 일반적 상식입니다. 단순 ‘업무협약(MOU)’을 ‘유치’라 공표하기엔 무리란 생각입니다.

2020년 6월 30일, 김포시장은 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구역 내 대학 용지에 “경희대학교 의과, 한의과, 치과를 포함한 경희대학교 의료원을 유치”했다는 언론브리핑을 하였습니다. 온 김포에 ‘유치 환영’ 현수막으로 도배되었던 경희대학병원은 유치되었나요?

“경희대의료원 풍무역세권 유치”와 관련한 보도로 손해를 보았다며 풍무역세권개발은 보도한 언론사 대표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1,136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다시 인천지방법원에 3억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더해 김포시는 7. 30일 김포시청에서 김포도시관리공사, 풍무역세권개발,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인하대, 인하대 의과대학부속병원과 700병상 규모의 의료시설과 보건 계열 대학·대학원 등 교육시설을 2024년 착공, 2027년 준공 목표로 '인하대 김포메디컬캠퍼스 조성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은 김포 풍무역세권에 인하대 메디컬캠퍼스 “유치 확정”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뽑았습니다. ‘MOU’가 ‘유치확정’으로 둔갑하였습니다. 업무협약(Memorandum of Understanding)이란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쌍방의 의견을 미리 조율하고 확인하는 상징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문서로 된 합의’를 의미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개인 간 거래로 본다면 구두약속 정도에 해당하는(검토해 보겠다는) 의사 표시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2021. 11. 25(목) 제214회 김포시의회 정례회 시정연설에서 업무협약(MOU) 체결을 ”걸포동에 신세계 대형쇼핑몰을 유치” 했다고도 했습니다. 김포에도 대형쇼핑몰이 금새 들어올 거라는 착시 현상이 시민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국의 지자체가 지역민의 숙원 사업 관련 MOU를 남발, '선거용 이벤트'로 이용한다는 지적이고 최근에는 MOU가 잇따라 백지화되면서 업무협약의 실효성 논란이 거셉니다. 백지화된 MOU의 공통 분모는 대부분 굵직한 대형 사업들이고 단체장의 치적 쌓기용 '속빈강정'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른 지자체들의 MOU 백지화 이유는 천차만별인데 그건 MOU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계획 없이, 일단 MOU를 맺고 보자는 식의 지자체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습니다.

MOU를 파기해도 상대에게는 법적인 책임이 없습니다. 상대는 투자환경이 조금만 변해도 MOU를 백지화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이에 MOU가 파기될 위험이 큰 서비스 업종 관련 협약은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협약에 앞서 협약 상대의 재무상태, 사업추진 의지 등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하며 특히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MOU를 재임 중 자신의 치적을 위한 홍보물로 활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학과 대학병원의 브랜드 가치가 지역의 가치를 올릴 수 있고 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될 거라는 시민들의 기대 때문에 수도권 많은 지역에서 대학병원 분원 설치가 진행 중입니다. 송도 연세의료원, 시흥 서울대병원, 청라 아산병원 등 유수의 대학병원들이 분원 설치 경쟁 중이고 유치 성공 지역의 주민들은 환영 일색입니다.

일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유치(誘致)했다’가 아니라 ‘(유치를 위한)MOU를 체결했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말은 모습이나 형태는 없지만 아주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하물며 선출직 단체장의 정확하지 않은 표현은 행정의 불신을 초래하고 시민들의 오해와 상처, 분란과 혼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남발하다가는 양치기 소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국토교통부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가 제4차 광역교통 시행계획에 김포한강선을 포함할지를 검토하는 단계였고 시행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현수막과 명함에 “5호선 연장 확정시킨 홍철호가 GTX도 유치하겠습니다”라는 ‘확정’이란 표현으로 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을 타산지석 삼아야 합니다.

김포시장은 “시민이 시장이고 민선7기 김포의 시작과 끝도 시민이 될 것”이라는 마지막 시정연설을 주사야몽(晝思夜夢) 하시기 바랍니다.

 

 

2021. 12. 16.

 

시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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