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진달래, 가을엔 단풍나무 산책로 둘레길 걷다

김인 서울대 명예교수

김포시의 가현산

나는 아침이면 김포의 가현산(歌絃山)을 오른다. 가현산은 해발 215m의 낮은 산이다. 하지만 김포 논, 뜰의 너른 평야에 솟아 있어서 그런지 멀리서 보아도 산세가 뚜렷한 것이 귀티마저 난다. 가현산의 정상부가 코끼리 두상 같고 길게 뻗어 내린 능선이 마치 코끼리의 긴 콧잔등과 같다하여 가현산을 일명 상두산(象頭山)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한반도의 동쪽에서 주요 산의 연봉을 잇는 맥을 백두대간이라 하듯이, 반도의 서쪽에는 수원의 광교산, 광주의 오봉산, 부평의 계양산, 김포의 문수산을 남에서 북으로 이어서 형성하는 일맥을 한남정맥이라 하는데, 이 맥의 주요 산봉우리를 거쳐 가는 산 하나가 김포의 가현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문수산과 애기봉이, 그 너머로 하늘이 파랗게 높을 때는 북녘 땅 개성의 송악산도 확연히 보인다. 서해안의 푸른 바다가 보이는가 하면, 강화도 마니산,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영종대교, 멀리 바다 가운데 윤곽을 드러내는 안갯속의 인천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김포반도를 휘돌아 서해 바다로 흘러드는 한강 하류는 마치 거대한 호수와 같다. 그런가 하면 가현산에서 내려다보는 너른 들녘의 바둑판같은 논밭 복판에 띄엄띄엄 자리하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자연부락이 김포 특유의 쌀의 곡창을 상징하듯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이다.

 

가현산 등산길의 이모저모

가현산 정상부에 올라 내려다보는 맛도 훌륭하지만 가현산을 오르고 내리며 숲속 길을 누비며 걷는 맛도 재미가 쏠쏠하다. 가현산 정상부에는 꽤 넓게 퍼져 자생하는 진달래 군락지가 있다. 군락지 속으로 들어가면 눈앞을 가릴 정도로 빼곡한 진달래 꽃나무들이 어른 키를 삼킨다. 이른 봄 4월 중순이면 정상부 군락지에 만개한 진달래와 산등성과 골짜기 사면 여기저기에 피는 진달래가 봄의 화신인 양 가현산 일대의 산록을 진분홍 색깔로 물들인다.

진달래 꽃나무들

가현산의 주능선을 따라 걸을 때는 모진 풍상을 겪으며 자란 소나무들이 비록 낙낙장송은 아니나 그 서있는 여러 모양의 자태가 하나같이 자못 소반의 분재인양 일품이다.

모진 풍상을 겪으며 자란 소나무들

하늘을 가릴 듯한 능선의 솔밭 숲길이 끝간데서 ‘가현산 사랑회’의 팻말과 팔각정의 歌絃亭(가현정) 정자가 나온다. 정자 옆 몇 발작 떨어진 경사진 곳에 가현산에서는 아주 드물게 보는 세 개의 큰 바위덩이가 의좋게 걸쳐있어 ‘삼형제 바위’란 이름으로 신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등산객의 눈길을 끈다.

삼형제 바위

여기서 등산로 방향표지판의 길 안내를 받아 경사가 심한 산중턱의 계곡까지 목재 데크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50m 암반의 지하수를 끌어 올려서 만든 저수조와 수도꼭지가 달린 식수대와 운동기구를 설치해 놓은 가칭 ‘가현산 약수터 운동공원‘이 나온다.

가현산 약수터 운동공원

그리고 100여 미터의 야자매트를 깐 길을 따라 더 내려가면 가현산 입구를 상징하는 2개의 장승과 등반로 안내 입간판이 나온다. 그 앞에는 몇 대의 주차 공간도 있고 여기가 바로 장기동과 구래리 쪽으로 하산 길의 방향이 갈라지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가현산의 산허리를 돌아 로폭 4m의 산복 도로가 정상부의 송신철탑까지 나있어 차편을 이용하여 산의 정상부까지도 오를 수가 있는 게 가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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