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철학)

명예교수

기후가 반세기 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것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 변화가 심각하다고 느껴 무슨 대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아직 미미하다. 게다가 전 지구적인 행동을 끌어내야 할 올해 글라스고우 기후변화대회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기후변화를 대처하는 일에 아직도 세계인이 공감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생각보다 심각하게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는 범지구적 규모의 기후 체계나 지역 기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최소 수십 년 이상 동안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말한다. 10년에서부터 수백만 년 동안 대기의 평균적인 상태가 새로운 기후 패턴으로 변화하는 것인데, 이러한 변동은 지구 내부의 작용이나 외부의 힘(태양 복사의 변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 호에 따르면, BC 4,000년부터 AD 1,900년까지 일정하던 이산화탄소의 수치(약 275ppm)가 AD 2,000대에 들어 갑자기 급상승(약 400ppm)했다는 사실은 기후변화가 현실임을 말해준다.

그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영향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구온난화 현상이다. 내가 어릴 적에는 매서운 추위와 헐떡이는 더위를 맛볼 수 있었던 대구가 사과의 주산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청송이나 영주 혹은 그 이상의 산간 지역으로 사과 생산지가 바뀌었다. 진영을 비롯한 경남의 온화한 단감 지역은 이제 전국으로 확산하였다. 멀리 북극에서는 빙하가 녹아 곰이 피해를 받아 그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북반부의 뚜렷한 4계절의 변화는 이상기온의 빈발로 이제 보기가 힘들어졌다. 예측할 수 없는 줄장마와 폭설로 인한 육대주의 피해는 그 정도와 범위를 확장해가고 있다. 깊이 들여다보면 생물 개체 수의 감소와 이로 인한 동식물 먹이사슬의 파괴는 자연생태계 전체를 황폐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의 학설로 설명된다. 첫째, 태양 활동이 변하기 때문이다. 둘째, 화산재가 태양 복사를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셋째, 오존이나 탄산가스의 양이 변하고 대기의 복사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넷째, 조산운동(造山運動)에 의한 해륙과 식물의 분포가 변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해양이나 지각이 변하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사태는 이렇다. 이산화탄소, 메탄, 일산화탄소 등의 기체는 지구 안으로 들어오는 단파장의 햇빛은 통과시키지만, 지구 밖으로 나가는 장파장의 적외선은 막아 지구의 기온을 올린다. 최근 들어 산업 활동이 늘어나면서 배출 기체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산림 훼손으로 이산화탄소의 고정량은 줄어들어 대기 중의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이 0.3-0.6°C 높아진 것으로 조사되었고, 앞으로 상승 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로 인한 기상이변은 뻔하고, 인류의 앞날은 연쇄적인 위협에 처해 있다.

우리가 사는 환경은 각각의 사회나 국가가 서로를 배척할 수 있는 울타리를 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공존의 지구촌이다. 생태계에는 남북한이 없고, 한 일이 없으며 한중이나 한미일이라는 선택적 친소관계의 영역이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 이념과 정치라는 특별한 플랫폼이 존재할 수가 없고, 생사의 엄정한 사실과 과학의 공동영역이 존재할 뿐이다. 정치나 이념은 어떤 공동체의 이기적 선택을 위한 인위적 기준으로 조작되는 가치관이라면, 생태계의 환경은 생명체 모두의 근본적인 생존을 위해 인류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켜내야 하는 최소한의 생물학적 플랫폼이다. 이 조건이 무너지면 우리의 생존은 하루아침에 끝장나는 불가항력적 존속의 체계이다.

이런 중차대한 환경 조성은 거창한 홍보 행사가 아니라, 공동체 의식으로 실천해야 할 개인의 책무로 실현된다. 우선, 기후변화의 인위적인 원인을 인식하고 이를 배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화석 연료와 에어로졸의 사용, 시멘트의 과다 제조와 토지의 무분별한 남용 그리고 가축의 과다 사육 등이다. 이런 무분별한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공동체나 개인은 각자의 처지에서 실천 가능한 행동을 설계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아나바다’를 실천하여 물질에 대한 가치관 교육을 하는 일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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