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승

김포도시교통포럼 대표

교통안전공학박사

영호남 6개 지역 시장·도지사 등 참석 내빈이 금년 4월 28일 경남 거창군청 앞 광장에서 열린 ‘대구-광주 달빛내륙철도 건설 공동 호소문 발표’에서 종이 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를 하였다. 이후 지극히 조용한 가운데 지난 6월 29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그 이름을 당차게 올렸다. 온 국민의 관심은 온통 GTX-D ‘김부선’의 향배에 쏠려 있었다. 이 틈새에서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공청회에서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던 ‘달빛내륙철도’가 틈새시장에서 강력하고도 조용한 힘을 발휘하여 GTX-D ‘김부선’을 조건부 ‘김용선’으로 따돌리고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번듯하고 당당하게 그 이름을 올렸다. 생각해보면 B/C 값 0.4 정도의 수치로는 경제성 측면에서 도저히 불가능한 사업이 영호남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며, 영호남의 문화교류라는 차원과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는 관점을 고려하여 정책적 차원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향후 경제성 부족이라는 원칙에서 고려해 볼 때 많은 정책적 배려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광주-대구 간에는 고속도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 철도가 없었다. 영호남 지자체들이 지난 20년 동안 숙원 사업으로 추진했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추진이 번번이 제외되어 도저히 불가능한 사업으로 평가되었다.

광주 송정에서 서대구 간 199km를 단선철도로 연결하는 이 사업에는 총 4조5,000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담양-순창-남원-장수-함양—고령 등 8개 지자체를 시속 120km의 고속화철도로 연결하면 현재 광주-대구 간 통행시간 2시간 49분이 1시간 28분으로 줄어들게 된다.

광주와 대구, 두 도시는 영호남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상호간 문화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기 위해 2009년 ‘달빛동맹’을 맺었다.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과 광주의 우리말 ‘빛고을’의 머리글자를 따 만든 이름이다. 달빛동맹 이후 광주에서는 2.28 대구 민주운동을 기념한 228번 시내버스, 대구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한 518번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2차선 88고속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해 개명할 당시 양 지역은 ‘달빛고속도로’라는 이름을 간절히 원했지만 ‘기·종점 우선 사용’을 규정한 고속도로 명명 원칙에 따라 ‘광주대구고속도로’로 명명되었다. 지금이라도 규정을 바꾸어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고속도로 이름을 쓸 수 있도록 주민편의 증진을 위한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이 철도사업은 ‘광주-대구’라는 이름으로 처음 명명되었다. 사업 확정을 알리는 내용에는 모두 다 ‘달빛내륙철도’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였다. 동서화합의 상징성이 큰 이 철도 노선에 지명을 단순 조합한 명칭보다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명칭이 더욱 더 값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광주와 대구를 연결하는 ‘달빛내륙철도’ 사업의 사전타당성조사(사타) 용역 착수가 빠르게 본격 추진된다. 그 결과는 내년 2022년 말 까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타는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 앞서 경제성 등을 분석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 절차다. 사타 용역 착수는 “국민 교통복지와 병행해 누구나 누리는 철도 건설”을 비전으로 제시하는 아주 중요한 사업추진 절차다.

또한, 경북 김천시는 제4차 철도구축망계획에 장기 검토사업으로 반영된 김천-전주 간 철도 건설 사업에 대한 사타 검토를 금년 2021년 내에 시행한다고 지난 달 10월 27일 언론 보도를 통해 발표했다. 추가 검토사업으로는 유일하게 김천-전주선이 포함되어 김천시의 십자축 철도망 구축 계획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천시는 지난 2019년 예타 평가가 면제되어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남부내륙철도와 예타 조사가 시행 중인 중부내륙철도(김천-문경), 높은 경제성 확보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신규 반영된 대구 광역권 철도 김천 연장사업 등 굵직한 철도관련 사업들이 진행됨에 따라 철도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천-전주선은 총 연장 101.1km로 2조8,000억 원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김천에서 전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KTX 이용 시 오송역에서 환승해 많은 대기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일반철도는 신탄진역에서 환승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김천-전주선 철도가 건설되면 김천에서 전주까지 직통 4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시간과 교통비 절감과 함께 새만금 관광 활성화와 영호남 지역 간 교류 활성화로 국토균형 발전에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김천-전주선은 추가 검토사업이었지만 이번 사타조사 대상 사업에 정책적 측면을 고려하여 결국 극적으로 포함되었다는 측면에서 볼 때 사업 성공의 이면에는 노선 추진 관계자들 모두의 피땀 어린, 그리고 보이지 않은 숨은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세상에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 사업 중 노력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사업은 결코 하나도 없다. 이런 점에서 김천-전주 철도사업 추진 관계자들에 대한 그 노력의 성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울러 국가 철도망 구축사업은 ‘예외성’이 인정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시켜 주는 계기도 되었다.

정부 또한 영호남 철도 소외지역에 대한 상생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연계 교통망 구축으로 철도 수혜지역 확장과 남부 경제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본격 사업 추진에 나서게 되었다. 강희업 국토부 철도국장은 “이번 사타 용역 착수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신규 추진사업이 본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사업의 타당성을 적극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