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m 높이 맞추려면 5층 이상 철거, 가리려면 58m 나무 심어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논란중인 장릉 앞 아파트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왕릉의 경관을 해치지 않으려면 아파트 일부를 철거하거나 나무를 심어 가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의 능원묘 경관검토기준에는 '능의 전면 시야 범위를 확보하고, 능이 마주보는 산의 조망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장릉 앞 건축물의 상한선은 20m.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문화재청은 높이 20m와 장릉이 위치한 산의 능선을 고려해 "문제가 되는 아파트는 모두 4층 이하로 만들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문제가 된 아파트들은 총 9개 동으로 층 수는 20~25층이어서 최대 21개 층까지 철거해야 한다.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국회에서 제안한 나무를 심어 가리는 안에 대한 방안도 실시했다.

홍살문(능 앞에 세워진 붉은 나무문) 근처에 심을 경우는 최소 30m 이상, 아파트 바로 앞 동산에 심을 경우는 최소 33m, 최대 58m 높이의 나무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일부 철거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아파트를 잘라내는 부분 철거가 가능하더라도 남아 있는 건물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문제가 없는 아파트라 하더라도 안전과 소음 문제로 정상 입주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무를 심는 방안도 33m에서 58m에 달하는 나무는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나무를 심더라도 계양산은 바라볼 수 없기에 의미가 없다"고 반발했다.

장릉 가로막는 아파트 논란은 검단신도시에 신축중인 아파트들이 20층이 넘어 장릉에서 보여야 할 인천시 계양산을 가리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지난 7월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공사가 진행됐다며 3개 건설사(대방건설, 대광이엔씨, 금성백조주택)가 진행하고 있는 44개동 아파트 공사 중 19개동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해당 건설사들을 고발했다.

이 건설사들이 검단신도시 1단계 지구(인천 서구 원당동)에 짓고 있는 아파트 44개 동(3,401가구) 중 19개 동(1,400여 가구)은 장릉 일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반경 500m 안쪽에 있다. 문화재청은 이 지역에 높이 20m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에는 건설사가 문화재청에 개별적으로 현상변경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심의를 신청하지 않아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아파트들은 20~25층으로 건물 높이가 140m를 넘는다.

법원이 지난달 19개동 중 12개 동에 대해 공사 중지 가처분 결정을 내려 현재 2개 건설사 아파트 12개동은 공사가 중단돼 있다.

아파트 공사가 중지되자 애꿎은 피해를 입게 된 것은 내년 하반기 입주가 예정된 입주예정자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하나인 김포 장릉의 경관을 해치는 이번 사안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 하반기 입주가 예정된 입주예정자들은 재산권보호를 호소하고 있고,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며 아파트 철거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만여명이 참여하는 등 찬반 논쟁도 뜨겁다.

시민들의 가장 큰 우려는 이번 사태로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서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문화재청도 “장릉의 훼손은 단지 장릉 한 건에 대한 영향이 아니라 조선왕릉 전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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