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 명예교수

메타버스는 기본적으로 가상 세계에서 비롯된다. 가상 세계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이다. 현실과 다른 공간, 다른 문화, 다른 캐릭터, 다른 사회적 구조로 구성됨으로써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와 전혀 다른 운용법칙이 작동하는 세계이다. 한 마디로, 우리가 비로소 처음 경험하는 신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상 세계는 그 자체가 물리적으로 새로울뿐더러 소통방식이 전혀 다르므로 모험으로 전개된다. 현실 세계가 예측 가능한 것으로 가득 찬 뻔한 놀이라면, 가상현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험 자체이다. 따라서 가상 세계로의 돌입은 즐거움으로 가득 찬 신선한 여행이다. 예를 들어 전자 게임에 입문하면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몰입하여 중독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가상 세계에서는 누구나가 탐험을 즐기게 된다. 한 가지 게임이나 앱을 통해 들어가려면 그곳에서 통용되는 고유한 규칙과 운용기술을 배워야 한다. 게임은 그것을 만든 개발자가 목표로 하는 세계관과 가치관이 스며들어 있다. 선택의 여지없이 게임 이용자는 그것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지켜야 한다. 예컨대 ‘워크래프트’의 소비자는 다른 기준을 가져와 그것을 운용하거나 즐길 수가 없다. 오로지 그 게임이 요구하는 방식을 좇아 이해하고 그것을 소비해야 한다. 또, 게임의 세계에서는 전혀 만나본 적 없는 이들과 소통을 하게 된다. 뜬금없는 미지의 소통은 같은 조건을 갖추고 만나는 현실 세계의 만남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우선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하므로 불특정인과의 만남이 쉽게 성사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런 만남은 신나는 모험 일부이지 호불호를 거친 선택과는 전혀 다른 만남이다. 그래서 소통도 새로운 모험으로 이뤄진다. 게임에서는 자신이 세운 계획을 따라 목록을 조합하고 디지털 자산을 획득하며 높은 등급이나 권한을, 그것도 주체적이고 고유하게, 갖게 되는 성취를 맛본다. 이런 즐김은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인간은 이런 가상 세계를 동경하는가? 우선, 인간은 구조상 불만의 운명을 타고났다. 조물주의 예외적 창조물인 인간 사고는 불가능을 추구하는 특성을 갖는다. 날개도 없으면서 날려고 하고, 빠르지 않은 발로 경주마를 앞지르려고 달리며, 지느러미도 없으면서 바닷속을 헤엄치고자 애를 쓴다. 그 덕분에 자연의 운용법칙을 조각내어 이용하는 소위 ‘과학’ 발달을 이룩했다. 다음으로, 그런 합리적 시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말초적 감성까지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온갖 놀이와 스포츠는 이런 욕구의 산물이다. 인공지능까지도 만들어 위험한 장난(?)을 치려는 인간들이 대책 없이 가상의 세계로 뛰어든 것이다. 이런 모험심은 인간 모두를 ‘젊은 야만인’으로 만든다. 정서적 비유로서 젊은 야만인은 메타버스에 살면서 고독과 좌절 속에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어린이는 생후 3년 동안에 뇌가 1kg이나 증가하는데, 야생에서 방치하면 뇌가 자라지 않아 불안감에 평생을 산다고 한다. 이런 아이를 치유하기 위해 인간관계는 역할에 따른 교환관계보다는 공유관계 즉, 애정과 우정의 상대를 만들어 사랑과 애착으로 유대감을 만드는 관계 형성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 긍정적으로 가상 세계의 의미를 살린다면 탁월한 지도력과 창의적인 세계를 만들 수 있다. 독일 철학자 니체에 따르면 인간은 의식의 세 등급을 갖는다. 낙타, 사자, 어린이의 세 단계가 있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등에 기대어 순응하는 단계이고, 사자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싸우면서 기존에서 탈피하는 단계이고, 마지막은 어린이로서 순수하게 자기가 원하는 규칙을 만들며 친구와 미지의 놀이를 즐기면서 사는 단계이다. 가상의 세계란 어린이처럼 순수하게 새로운 규칙을 만들며 생성해가는 신세계이다. 이런 게임은 많은 사람에게 유쾌와 안심을 일구는 이바지를 하고, AI의 도움을 받아 정교한 기상을 예측하는 멋진 현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젊은 야만의 성숙을 통해 인간과 자연에 유익한 새로운 시공간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상 세계는 발전되어야 한다. 아름답고 도움이 되는 공간의 창출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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