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포시협의회 자문위원

매서운 한파가 물러가고 평화순례단을 반기는 듯 따뜻한 햇살이 비추던 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김포시협의회의 평화누리길 행진이 있었습니다.

평화누리길을 처음 걷게 된 저는 마치, 평화를 위해 42,000km를 걸은 피스 필그림 평화순례자가 된 듯, 사뭇 비장한 맘으로 평화누리길 1코스 시작인 대명항 무지개 색깔의 아치형 조형물을 통과했습니다.

평화누리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전, 덕포진에서 민주평통 조민재 교육분과 위원장님의 역사해설로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덕포진은 조선시대 해안지대의 방어를 위해 설치된 군영으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서구 열강의 무력침략을 막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격전지로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곳이라는 것. 또한, 덕포진 파수청터를 살펴보며 파수청은 포대와 돈대의 중심부에 위치해 포를 쏠 때 필요한 불씨를 보관하던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 때 배웠던 역사를 민주평통 평화순례단에서 다시 배우게 되었네요.

평화누리길 1코스는 염하강 철책길로 대명항을 출발해 덕포진을 거쳐 강화군과 김포를 잇는 해협인 염화강을 따라 이어지는 긴 여정이었기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손돌묘를 지나 신안리로 가는 길로 접어드니 녹음이 우거져 싱그러운 풀내음, 국화내음을 맡을 수 있었고, 숲을 통과하고 나면 보이는 섬 하나 ‘부래도’.. 철책 때문에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았지만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쇄암리 전망대 입구를 지나 철조망을 따라 걸으니 평화통일의 희망을 담은 평화순례길 벽화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 벽화를 그리며 ‘얼마나 간절히 평화통일을 소망했을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시민들의 정성이 담긴 뭉클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부디, 벽화에 담긴 염원처럼 남북 관계의 고착화로 얼어붙은 남북평화에 다시금 순풍이 불어 분단의 상징인 철책이 제거되기를 저 역시 기도하며 한걸음 한 걸음 내딛었습니다.

평화누리길을 걷다 보니 이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개성을 지나 평양에 닿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만 뻗어도 닿을 듯한 거리에 있는 북한이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곳이라니. 같은 모습을 하고,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음식을 먹고, 심지어 아이들은 같은 놀이를 하는데... 우리는 분명 한 민족인데...

철책에 묶인 리본도 매일같이 북한 땅을 바라보며 가지 못하는 아픔에 못내 서러워 나부끼는 듯 했습니다. 끈이라도 풀리면 바람에 날려 북으로 자유롭게 날아가 남쪽의 반가운 소식을 전해 줄 텐데..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는 건 철책인지, 우리의 식어버린 마음인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분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이라는 단어는 과거의 산물처럼 낡은 느낌의 상투적 단어처럼 느껴지고, 통일 세대를 준비해야 할 청년들은 굳이 통일을 해야 하냐는 무관심한 태도와 북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통일을 그저 머리로만 생각하고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순례길 걷기가 청년들에게, 가족들에게, 이웃들에게, 국민들에게 널리 전파되어 아픔을 간직한 철책길을 걸으며 평화에 대한, 통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합니다.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풀뿌리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진영논리’를 떠나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노력하는 아래로부터의 통일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 위해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은 평화통일의 마중물이 되어 평화통일 기반조성을 마련하고 평화통일의 길이 점점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김포는 분단 70년 동안 각종 규제로 균형발전을 포기해야 했던 접경도시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교류의 최우선 당사자가 될 것이며, 분단의 공간에서 통합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접경지역인 김포에서 평화를 위한 미래 변화의 움직임이 확대될 때 세계평화 협력의 상징공간으로 통일에 한 걸음 다가갈 것입니다.

갑자기 걷게 된 16km 거리가 쉽지는 않았지만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에서 전쟁의 위협 없이 평화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염원하며 자문위원님들과 함께 평화누리길 걸음걸음마다 힘을 내보았습니다. 민주평통 김포시협의회는 앞으로도 평화 통일에 앞장서며 시민들에게 평화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할 것입니다. 평화 통일의 불씨를 살려 시민들과 모두 함께 이 길을 걸으며 노래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이여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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