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 명예교수

지난 목요일(10. 21) 오후 5시 우주발사체인 ‘누리호’를 쏘아 올렸다. ‘누리호’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최초의 우주발사체이다. 10년 이상의 개발기간으로 10번 만에 쏘는 발사체답게 누리호는 고도 59km에서 1단 로켓을 분리하고, 191km에서는 페어링을, 258km에서는 2단 로켓과 700km에서는 위성을 차례로 벗겨내면서 그 진로마다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였다. 그러나 마지막 지점에서 궤도 진입에 안착하는 임무는 실패하였다. 원인은 로켓 3단에 장착된 7t급 액체 엔진이 원래 계획했던 521초 동안 가동하지 못하고 59초 앞서 꺼져버렸다는 것이다. 사실상 100% 목적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만약 육상경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당연한 실패이자 탈락일 것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이번의 우주선 발사의 시험 성적은 과락으로 0점과 같은 탈락점수에 해당한다.

발사체를 확보한 국가들의 최초 시도 성공률은 27.2%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재까지 1t 이상의 실용위성을 저궤도(지구로부터 600~800km)까지 자력 발사가 가능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단지 6개국에 불과한데,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는 규모로 볼 때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누리호의 목표는 완성된 기체로 궤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비행시험으로 우주발사체의 수송 능력과 비행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내년 5월에 발사 예정인 우주선마저도 통신 등 위성 기능만 갖춘 성능검증 위성을 탑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송 능력과 비행성능 확인 차원에서 누리호는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고, 이 점에서 이번 발사는 성공이었고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과학은 형식논리학처럼 한 수를 두고 적중했다고 평가되는 교과가 아니다. 통상 수학과 더불어 과학은 명쾌하게 답이 딱 떨어지는 깔끔함을 속성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 상식은 이미 약속된 통념을 쓰는 기초 교과에서는 통한다. 과학은 사실 실패를 딛고 나날이 갱신된다. 우주개발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것은 단지 실험실 속의 실험 실습이 아니라 우주인들의 목숨까지 담보하는 위대한 실패를 거름으로 열매를 맺어왔다. 이런 기간을 축적의 시간이라고 부르며, 인고의 자기 학습 기간으로서 우주선의 부분 및 전체가 원하는 수치가 미달하고 파손이 무한히 반복하는 아픔으로 이어진다. 누리호의 발사에 앞서 이런 축적의 시간을 10년이나 보냈고, 이것은 자신을 확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우려했던 75t급 액체 엔진의 작동이 실제 비행에서도 완벽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은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성과이다.

무엇보다도 희망적인 것은 누리호 사업이 여러 민간기업의 협동으로 수행되었다는 점이다. 국가가 오롯이 이런 사업을 주도할 때는 독단과 전횡 혹은 획일적인 시행으로 사업의 지속적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반면 누리호는 3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500여 명 이상의 인원을 투입한 복합적 컨소시엄이다. 이런 협동을 통해 기업이 협력하고 기술이 발전하는 시너지 효과는 우리 사회에 활력을 일으키는 선순환을 만들 것이다. 여러 사람의 관심을 일으켜 우주개발에 적극적으로 동참케 함으로써 우주개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대전환을 이룰 수도 있다. 이것으로 많은 일자리도 창출하는 부수적 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청사진은 그저 단박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과학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사고를 갖게 하는 교육을 시행하면서 인문 예술의 가치관을 통한 창의적 아이디어 창출을 유도하는 국가적 차원의 환경조성을 이루어야 한다. 예산이 1조5,000억 원이 든 누리호의 부품은 37만 개나 된다. 그 많은 부품의 기능과 역할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정교함 및 쌈박함은 한두 가지의 생각만으로 조립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제2, 제3의 누리호가 발사되기 위해서는 과학을 넘어서는 거대과학의 두뇌를 활성화할 때 그것은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새로운 정치가에 의해 대한민국의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하여 국민 전체가 건설적으로 통합될 때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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