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광재

법무법인 혜안 변호사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돈을 빌린 이유, 갚지 못하고 있는 이유, 이러한 상황에서 채권자와 채무자가 보이는 태도 등은 그야말로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일정한 돈을 갚아주어야 하는 채무를 지고 있는 자가 이를 갚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자와 채무자가 다소 안타깝고도 독특한 약속을 하려고 하는데, 문제가 될 수 있냐고 궁금해 하는 경우들이 있다.

바로 채무자의 채무를 면제해주는 대신에 채권자가 채무자를 흠씬 패주거나 다치게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겠냐는 것이다. 또한 이들 중 대부분은 맞은 채무자는 형사고소를 하지 않기로 약속도 할 것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과연 이러한 약정은 유효할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와 불법원인급여

민법 제103조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하는 불법원인급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범죄행위를 조건으로 일정한 이득을 주기로 하는 약속이나 개인의 인격권이나 자유를 심히 해하는 내용의 거래 등과 같이 사회상규에 위반이 되는 법률행위는 무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도박자금의 대여와 같이 불법을 원인으로 지급한 것은 이를 되돌려달라고 청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를 바탕으로 주어진 재산적 이익은 불법원인급여의 범위에도 포함된다.

채무면제 대신 두들겨 맞기로 하는 약정의 유효성

그렇다면 빚을 없애주는 채무면제라는 재산적 이익을 얻는 대신 채권자에게 두들겨 맞고 끝내기로 하는 약속 또한 사회상규에 위반되는 법률행위이며 이에 따라 무효에 해당한다. 따라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채무면제계약은 무효에 해당하고, 형사고소를 하지 않기로 하는 약속도 효력이 없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폭행 이후 채권자와 채무자에게 벌어질 수 있는 상황

만약 위와 같은 둘 사이의 약속이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경우 각자에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단 둘 사이에 있었던 채무면제 계약이 무효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채무자가 채무면제라는 재산적 이익을 준 부분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채권자가 채권을 다시 청구한다거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면제라는 이익을 본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형사고소를 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은 사실상 이견의 가능성이 없이 무효에 해당하는 약정이기 때문에, 채무면제 대신에 채권자에게 매를 맞은 채무자는 채권자를 폭행죄나 상해죄 등으로 형사고소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채무자는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채무자에 대한 채무와 상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끝마치며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약정을 하는 것은 금전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 돈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 있는 채권자만 손해를 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또한 채무자의 입장에서도 아무리 채무면제를 받는다 해도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정당하게 마련된 채권추심절차나 대물변제약정, 분할변제약정, 보증제도, 담보권설정 등과 같은 방법들을 잘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문의 법무법인혜안 명광재 변호사 dustin200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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