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 명예교수

메타버스의 증강 현실을 말하는 특징 중 하나가 거울 세계의 존재이다. 예컨대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몸을 다듬는다. 거울 안에는 거울을 보는 내가 있다. 내가 손을 들면 거울 속 그도 손을 든다. 내가 물러나면 그도 물러난다. 내가 찡그리면 그도 찡그리고, 내가 웃으면 그도 웃는다. 정확히 똑같은 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더 자세히 보면 거울 속의 나는 실제의 내가 아니다. 그는 진짜 내 의도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 같지만, 마주 보고 있으므로 실제의 동작은 정반대이다. 내가 오른손을 들면 그는 왼손을 들고, 왼발을 내리면 그는 오른발을 내린다. 또 나는 3차원에서 입체로 존재하지만, 그는 2차원에만 머물러 부피가 없다. 빛이 사라지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나는 엄연히 그대로 있지만, 거울 속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거울 세계와 현실 세계는 엄연히 다른 존재 방식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전통적 과학의 이해로는 거울 특히 평면거울에 나타나는 모습은 허상이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의 세계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거울 세계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거울 세계’라는 말은 예일대학교 컴퓨터 과학자인 데이비드 겔런터 David Gelernter가 1991년에 주조한 용어이다. 그는 지리 코드 표준화를 열어 사용자들이 스스로 거울 세계에 좌표들을 만들도록 했다. 이를테면 구글 지도에다가 사용자의 기준점(부동산, 영업소, 미용실, ‘포켓몬스터’ 등의 위치)을 만들어 넣어 자신만의 세계 지도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자기의 위치를 표기하여 실시간으로 활성화하면 바로 증강 현실이 된다. 몇 년 전 속초 지역에 포켓몬 고를 설치했듯이, 새로운 자료를 설치하면 어떤 지역을 특화한 지도가 태어나는 것이다. 이런 거울 세계의 독립적 활성화가 바로 증강 현실의 모습 중 하나이다.

거울 세계는 실재 세계의 디지털 형식 대체물이다. 그것은 실제로 인간 환경과 작업에 실용적인 소프트웨어 모델을 제공하는데, 실제 모델과 아무런 관련을 갖지 않는 가상 세계와는 전혀 다른 구조이다. 세상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함으로써 현실 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을 갖게 한다. 거울 세계는 이런 효율성과 확장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활용되는데, 비즈니스, 교육, 교통, 문화, 콘텐츠 등으로 퍼지고 있다. 거울 세계의 확장은 그 중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가장 대표적인 숙박시설 사업은 호텔경영이다. 세계에서 최대의 호텔 체인은 매리엇 Marriott 그룹인데, 100여 년의 역사에 수만 명의 직원을 고용한 큰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매리엇 그룹의 총매출은 110개 나라 5,700개 이상의 호텔을 통해 15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2019년 기준). 반면에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숙박 중개 서비스인 '호텔 비앤비'는 단 하나의 호텔 건물도 갖지 않으면서 두 사람이 SNS로 시작하여 10년 만에 13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호텔 비앤비'는 개인 주거지를 비앤비에 등록하고 집안 구조와 내용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거울 세계인 메타버스에 복사함으로써 지구상에서 가장 큰 호텔 아닌 호텔을 만들었다. 2019년 기준으로 매일 200만 명씩이나 예약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앤비는 빌려주는 사람, 빌리는 사람 모두에게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고, 핵심역량 약화를 통해 그 영역을 확장했다. 거울 세계에 거대한 숙박 세계를 만든 것이다.

한국에는 요리 배달서비스 업체인 '배달의 민족'이 있다. 어떤 사람이든 어느 지역에서든 먹고 싶은 음식을 식당 대신 배달의 민족이라는 업소에 주문하면 가장 빨리 배달이 된다. '배달의 민족'은 2010년에 사업을 시작, 업주(식당 운영자)와 배달 음식 소비자를 연결하는 공유주방을 SNS를 통해 만들었다. 배달의 민족은 <식당-음식>이라는 결속을 <식당-배달-음식>의 결속으로 확대한 거울 세계를 만든 뒤, ‘식당’과 ‘음식’ 역량을 약화하는 한편 ‘배달’을 강화함으로써 연간 수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이 되었다.

이렇듯이 거울 세계를 통해 우리는 현실과 가상이 서로 교차하고 확장되는 면을 통해 증강 현실이 성립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거울 세계는 우리의 일상이라는 현실이 무한히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미래는 그러므로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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