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 35

박영준 김포중앙교회 원로목사

2010년 1월 4일(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산에 있는 ‘거룩한 빛 광성교회’ 교육관에서 그 교회 담임 정성진 목사를 강사로 항존직자 수련회를 했다. 거룩한 빛 광성교회는 당시 건강하게 성장하는 교회로 교계에 잘 알려진 교회였으며 정 목사는 한국교회의 장래 유망주로 떠오르는 목사였다.

 

항존직자, 장로, 안수집사, 권사 등 100여 명이 교회 버스와 개인 승용차를 이용하여 아침 10시에 광성교회에 모여 오전에는 정 목사의 강의로 ‘거룩한 빛 광성교회가 어떻게 성장해 왔고 앞으로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나아갈 것인가’를 들으며 도전을 받았다. 그리고 광성교회 식당에서 제공하는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우리 교회의 각 부서가 금년에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각 부서별로 발표하도록 했다. 우리 성도들이 더 큰 비전을 갖고 나가기를 원하며 건강한 교회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뜻에서였다.

 

그런데 수련회를 마친 그다음 날, 교회 홈페이지 까페에 엉뚱한 글이 올라왔다. K집사가 올린 내용은 “왜 우리 교회 박 목사님은 거룩한 빛 광성교회 정 목사님처럼 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교회를 성장시키지 못합니까?”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글을 보고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하나 깊이 생각하고 직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다른 K집사가 답글을 올리기를 “무슨 말이냐, 박 목사님이 지금까지 열심히 목회하였기에 우리 교회가 이만큼 성장하지 않았느냐? 박 목사님이 오시기 전의 김포중앙교회를 알지 못하면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올렸다.

 

처음 글을 올린 집사는 교회에 등록한 지 10여 년 정도 되어 내가 김포중앙교회에 부임하기 이전의 교회를 경험하지 못한 성도였고, 답글을 올린 집사는 우리 교회에서 태어나 성장하여 지난날 우리 교회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성도였다. 그때 내가 답글을 올렸다.

 

“거룩한 빛 광성교회 정 목사님은 토양이 좋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과원을 만들고, 거기에 품종이 좋고 아주 튼튼한 과목을 스스로 선정하여 그 과목을 정성껏 심고 가꾸어 지금 그 열매를 거두고 있는 것이고, 나는 100여 년 된 과원에 100여 년 되어 고목이 된 과목을 다듬고 물을 주고 가꾸어 지금의 김포중앙교회로 성장시키고 있는 중이다”라고. 그 후로는 아무도 거기에 토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나 스스로를 돌아보아도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잘 알기 때문에 열심히 기도하며 배우면서 최선을 다해 목회를 했지만 나의 한계가 왔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다. 나는 여기까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젊고 능력 있는 유능한 후계자를 세우고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도하면서 내 속으로 퇴임 준비를 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모든 일에 올바른 사리 판단을 내리는 것이요,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은 사물을 바로 보고 바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판단은 행동의 어머니요, 행동은 판단의 아들’이라고 한다. 모든 일에 대해 공정한 사리 판단을 내리는 것처럼 세상에 중요한 일이 없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나름의 판단 척도와 판단 기준을 가지고, 된다 안 된다, 좋다 나쁘다, 진리다 허위다, 라는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문제는 나의 판단 척도와 판단 기준이 과연 올바른 척도와 기준을 가지고 사물을 판단하는가다. 우리는 누구나 편견에 사로잡히고 선입관에 지배되고 고정관념의 포로가 되어 편협한 생각과 그릇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나 자신의 판단 기준과 판단 척도를 냉정·예리하게 분석하고 비판할 필요가 있다. 나의 얄팍한 경험과 불확실한 지식과 미숙한 사고와 좁은 마음을 가지고 사물을 오판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성경에 (누가복음 6장41,42절) “어찌하여 너는 형제의 눈에 있는 작은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큰 통나무는 보지 못하느냐?”라는 말씀이 있다. 남에 대해서는 준엄하고 나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

 

냉소의 안경을 끼고 사물을 보고, 부정의 눈으로, 증오의 마음으로, 비판의 감정으로, 체념의 자세로, 허무의 정신으로 다른 존재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따듯한 관심의 눈, 깊은 애정의 눈, 폭넓은 긍정의 정신과 너그러운 관용의 감정과 자신만만한 낙관의 자세로 사물을 보아야 할 것이다. 맑은 거울과 조용한 물과 같은 마음으로 사물을 보며, 공정하게 사물을 보고, 마음을 비우고 평정한 정신으로 모든 것을 바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

 

지난 20여 년간 열심을 다하여 하나님의 교회를 섬겨 왔고 나름대로 그동안 100년 묵은 고목에 꽃 피우기 위하여 온 정성을 기울였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내가 일할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일은 새로 세울 유능한 후임자에게 맡기고 마무리해야 되겠다. 혹 어떤 이는 아직 건강하니 더 섬길 수 있지 않느냐고도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지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정리를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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