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풍수 & 관상 이야기-36

강충구

정통풍수지리학회 회장

인상상담사

연초에 강원도에 있는 지인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전기사업을 하는 그는 사무실을 아담하게 지어서 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무실 터가 지나치게 넓어서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 스러웠다. 사무실 면적과 부지 면적의 조화가 안 맞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사무실 주변에 나무 울타리를 쳐서 아늑하게 해주고 울타리 밖의 부지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라고 권하였다. 실천력이 빠른 사람이라 바로 울타리를 만들었는데 몇 달 후 사무실이 안정감이 생겼으며, 몇 달 후에 공사 수주의 낭보(朗報)도 날아왔다고 한다.

 

이번 호에서는 좋은 땅의 기본 조건을 알아보겠다.

좋은 땅의 첫째 조건은 터의 넓이가 적당하고 균형이 맞아야 한다. 너무 작아도 안 되지만 너무 크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즉 건물 면적과 부지 면적이 조화가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기울어져 있거나 삼각형 땅이나 길쭉해서도 안 된다. 불가피하게 이런 땅을 취득했다면 옹벽을 세운다든지 조경 수목 식재, 화단 조성 등으로 보완을 해주면 좋을 것이다.

 

집의 방을 살펴보면, 과거 세대는 한 방에 5~6명이 서로 부딪히면 살았는데 지금은 큰 아파트에 가족이 너무 없어서 오히려 빈 공간이 더 많은 현실이다. 집에 사용하지 않은 공간이 많으면 음기가 많아져서 좋을 리가 없다.

 

둘째, 부지의 해당 토질(土質)이 좋아야 한다. 토목공학 전공자들에게도 토질역학은 필수과목인데 풍수에서도 토질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오래전에 회사 선배가 우환이 끊이지 않았는데 주변의 권유로 모친 산소를 이장하기로 하였다. 산소를 파보니까 묻은 자리에 물이 나오고 배수가 안 되어 매장한 관이 거의 물에 잠겨져 있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터를 잘못 잡아서 토질까지 나빠진 경우이다.

 

다시 이장(移葬)할 상황은 안 되어 화장(火葬)을 했는데 그 이후 집안의 우환이 사라졌다고 한다. 흙은 적당히 마르고 단단해야 하며 색깔은 황토색이 좋다. 주변으로 식물이 잘 자라며 배수(排水)가 잘되어야 한다. 어릴 때 시골에서 흙냄새를 맡고 냄새가 참 좋다고 느낀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곳은 좋은 땅이였던 것 같다. 땅은 토질이 좋아야 하며 구조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셋째는 높이가 적당해야 한다. 지나치게 낮으면 침수 우려가 있고 외부에 노출이 쉽게 된다. 반면에 지나치게 높으면 당연히 안 좋다. 적당히 높되 뒤에 받쳐주는 것(배산背山)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땅이 너무 낮으면 기력(氣力)이 약하다고 하며, 누구나 내려다 볼 수 있어 만만한 땅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적당한 높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품위가 있는 것이다. 사주에서도 재성(財星)이 적당히 있어야 재물이 있지, 재성 과다(過多)면 오히려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손실을 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얘기이다.

 

넷째는 공간과 전망이 좋아야 한다. 필자도 도시개발 업무를 하면서 각종 심의를 받는데 도시계획 기본과 함께 환경영향 평가, 농지보존 대책, 학교 관련 대책 등이 있는데 필수적으로 하는 것이 경관(景觀)심의다. 서울이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스카이 라인(Sky Line)이 너무 천편일률적이어서 유럽의 도시 파리나 로마 등과 많이 대비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망은 먼 곳까지 훤하게 보여야 하는 아름다운 공간이 되어야 하며 느낌상으로 시원해야 한다. 서울 특히 강남권 아파트는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집값이 수억씩 차이가 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변의 산은 풍경도 좋아야 하지만 공간적으로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풍수를 풍수지리학이라고 하는 이유는 풍수학이 신비스러운 미신이 아닌 논리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좋은 땅의 조건을 다시 요점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땅 넓이가 적당하고 모양이 좋아야 한다.

· 해당 부지의 토질(土質)이 좋아야 한다.

· 터의 높이가 적당하고 높아도 안 되고 지나치게 낮아도 안 된다.

· 공간과 전망이 좋고 주변과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한다.

 

우리가 삶을 살면서 터의 위치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이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을 짓는 경우 기본적으로 위 네 가지를 확인하면 될 것이다. 사업을 하기 위한 공장부지나 물류기지, 조상의 산소 터도 마찬가지다. 위 네 가지가 매우 기본이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확인할 사항이 더 있을 것이다. 풍수뿐만 아니라 사주, 관상도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은 그럴 수 없는 것이다. 터를 잡을 때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비보(裨補)를 하면 된다. 세상만사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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