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최근 메타버스 Metaverse란 용어가 유행이다. 모든 분야에서 미래의 폭발적인 변화를 예측하고 가상현실 VR의 사태를 적용하여 모의실험(시뮬레이션)으로 상상한 결과를 그렇게 부르고 있다. 현실을 뛰어넘어 <메타> 새로운 세계 <유니버스>를 합성한 단어가 메타버스 Metaverse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삶 로깅 Lifeloging, 거울 Mirror 및 가상 Virtual 세계들로 구성된다. 이 세계들은 메타버스의 독특한 면들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접할 미래 세계의 관전 포인트에 해당한다. 여기서는 증강현실에 집중해서 보려고 한다.

증강현실은 1990년 보잉사의 톰 코델(Tom Caudell)이 항공기 내부 설계를 보여주기 위해 실제와 가상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준 기술에서 비롯됐다. 한 예로 항공기 조종석 그림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조종석 내부를 보여주는 그림이 나오고, 조정사가 앉으면서 조종간을 조작시켜 이륙하는 그림이 뜨는 것이다. 이제는 어는 도서관이나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장면이 되었다. 이처럼 현실의 부족한 점을 보완, 증강하려는 시도 중의 하나가 증강현실이다.

2010년 현재 증강현실 기술은 건물의 밖에서 내부를 보여주거나, 잡지 표지에 나온 모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정도였다. 여의도 한 빌딩 앞에 서서 스마트폰에 건물을 불러내면 외부 모습과 동시에 내부의 수족관, 아이맥스 등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 영상메시지로 제공된다. 또 일부 글로벌 패션 잡지들은 표지에 코드를 삽입해서 소비자가 입력장치에 그 코드를 인식시키면, 패션모델이 실제로 다양한 옷을 입고 말하고 걷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과 현실이 강하게 융합돼 그 영향력과 친화력이 크다. 증강현실은 쉴 새 없이 이상을 꿈꾸는 인간이 만들어 낸 하나의 이상이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이런 증강현실의 꿈은 기업마케팅과 산업현장에서 선점하기 시작했다.

2016년은 증강현실의 존재를 모든 사람에게 각성시킨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른바 ‘포켓몬 고’ 사건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포켓몬 고는 그해 7월에 나이앤틱이라는 게임 개발사가 출시한 스마트폰용 포켓몬 시리즈 스핀오프 게임이다. 증강현실을 이용해서 현실에서 나타나는 포켓몬을 잡거나 즐기는 내용의 게임이다. 그래서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실제 이용자가 보는 현실에 포켓몬 캐릭터를 합성해서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지도상 한국에서는 가능한 지역으로 강원도 속초가 꼽혔는데, 일주일 평균 방문자가 12,000명 정도의 속초시청 홈페이지 접속자가 하루 74,000에 달하고 일일 방문자가 3,000명이상이 되면서 속초행 버스표가 매진되었다. 젊은이들 뿐 아니라 성인들도 온통 이 화제로 들썩였다.

증강현실은 하이패스처럼 전파를 통해 정보를 원격 인식하는 RFID(무선 신분증) 기술과 GPS 기술 발전에 스마트폰 앱스토어 서비스 기능이 합성해서 만든 인식기능의 확장이다. 이 기술은 개인이나 집단정보에 대한 인식 서비스, 광고, 교육 콘텐츠, 여행, 게임, 쇼 비즈니스, 방송 콘텐츠 등으로도 충분히 발전할 수 있으며 점점 더 확장될 것이다.

한편, 증강현실의 기술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대인 인식 증강현실은 성추행범, 흉악범 인식이나 사기 전과자들을 가려내는 데는 전자 팔찌나 지문인식보다 탁월한 효과를 내겠지만 스팸메일처럼 프라이버시 침해나 거짓 정보를 범람케 할 수 있다. 인간의 기억력이나 사고력, 상상력에도 영향은 불가피하다. 내비게이션의 등장은 거리 인식과 방향 감각 능력을 약화시켰다. 검색포털이나 위키피디아가 지식의 확장에는 이바지했지만 깊이 있는 지식의 체계화는 달성하지 못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에서 보듯, 기술의 발전이 순기능만으로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 증강현실 역시 그러하다. 거부의 대상이 아니라 선용을 위한 도전의 대상이다. 다행히 인간에게는 집단지성을 통해 균형 잡는 능력이 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기술 만능의 불균형을 통제하는 지성을 작동시킨다면. 증강현실은 인간의 삶에 새로운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메타버스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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