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으로 전직, 제2의 인생 도전한 ‘어쩌다농부’ 양우석 대표

3년 동안 직장 출근과 농사 겸업하며 농업 전직 추진

스마트팜으로 5월부터 출하... 직장 연봉보다 소득 높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거의 매일 밤 9시가 돼야 집으로 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놀아주지 못하는 것 빼고 매우 만족한다. 행복하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잘 진행되면 내년에 더욱 안정된 농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누산리 1,000평 땅에 지난 3월 스마트팜을 짓고 오이와 토마토를 키워 수확하고 있는 ‘어쩌다농부’ 양우석(43) 대표. 지난해 12월까지는 양복 입고 출근하는 직장인이었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그도 직장을 다니며 끊임없이 적성과 장래성 사이에서 답을 찾는 고민을 거듭해왔다.

▲누산리 스파트팜 외관

“40대 이후에 정년 없이 내 일을 해보고 싶었다. 자율성을 제한받는 직장 생활에 ‘하기 싫은 건 죽어도 못하는’ 내 성격이 감당하는 한계가 있었다. 2018년에 한 번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 정도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어봤다. 재밌었다. 그러다 다시 직장을 다니며 3년 정도 겸업했다. 농사냐 직장이냐, 어떤 게 나에게 맞는지 계속 고민하다 내 일을 해보고 싶어 직장을 그만두고 농부가 됐다.”

 

공직에 있다 퇴임한 아버님이 작게 짓던 농사일을 거든 게 그가 농사와 연을 맺은 시작이다. 10년 정도 농사를 지은 부모님은 소일거리 삼아 작물을 키워 로컬푸드에 납품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 연로하신 부모님의 농사짓는 모습이 힘들어 보였고, 자신이 힘을 보태면 좀 더 전문화된 농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퇴근한 후나 주말에 농사를 지었다. 물론 부모님이 틈틈이 많이 도와주셨다. 아침 일찍 농장에 들러 로컬푸드에 작물을 출하하고 출근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앞으로 농사를 하며 살아도 후회가 없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을 때 사표를 내고 농업으로의 전직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폭염, 장마 겪으며 노지농사 한계 절감... 

스마트팜 계획하고 지방 돌며 벤치마킹해

부모님은 오래전에 마련한 누산리 땅을 아들에게 알아서 해보라며 전권을 주셨다. 그리고 그는 퇴직금과 그동안 저축한 자금을 모두 쏟아부었다. 그가 그린 농업은 토마토와 오이를 주 작물로 하는 스마트팜이었다. 과채류는 시설 투자 대비 이익이 적다며 말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2018년 폭염, 작년 장마를 겪으며 시설이 아닌 노지 농사는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초보 농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다. 작물이 온도, 습도, 등 어떤 생육환경에서 잘 자라는지 알아야 한다. 경험 많은 농부들은 몇 년 동안 지어본 농사를 통해 터득했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스마트팜은 데이터를 축적해 가장 효율적인 작물생육환경을 찾아낼 수 있다. 지금도 온도, 습도를 맞춰 놓고 자동으로 천정개폐장치가 작동되는 등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내년 이후에는 쌓인 데이터를 통해 더 스마트한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스마트팜을 하기로 결정한 그는 지방을 돌며 스마트팜 현장을 꼼꼼히 살폈다. 그렇게 지방 스마트팜을 통해 층고를 높이는 부분을 벤치마킹할 수 있었고, 업체에 시설 설치를 전적으로 맡기는 게 아니라 그가 직접 자재를 수급하고 시공팀만 불러 시공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줄이는 효과까지 거뒀다.

 

“견적만 20곳 넘게 받아봤다. 하지만 견적도 제각각이고 두루뭉술해 믿고 맡길 만한 곳이 없었다. 직접 지어보자 마음먹고 나름 설계도를 그리고 자재를 직접 구입했다. 그렇게 해서 이곳 1,000평 땅에 1억7,000만 원을 들여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비까지 해 2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

 

그는 아직 부대시설과 선별기 등 갖추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한다. 3월에 시설을 설치하고 바로 농사를 짓느라 토경으로 시작했지만 내년 배지농사로 바꾸기 위해 배지 설치를 계획하고 있어 또 큰 투자를 해야 한다.

▲리프트를 타고 작업하고 있는 양우석 농부.

일손 구할 수 없어 혼자서 농사... 오이, 토마토 그냥 버려

“스마트팜으로 시설을 하면 노동력이 많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산량이 느는 만큼 그걸 수확해서 출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노동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김포에 일할 사람이 없다. 코로나19로 외국인이 없고 하우스 농사일은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가 그를 매일 밤늦게까지 농장에 발을 묶어 놓고 있다. 하지만 혼자 천 평 농장을 관리하는 것은 무리. 오이는 하루만 수확하지 못해도 과성장으로 작물 가치가 떨어져 출하할 수 없게 돼 그냥 버려야 한다. 토마토도 수확하지 못해 그냥 가지를 잘라 버리고 있다.

 

“오이 농사는 어느 정도 목표에 도달했는데 토마토는 목표 대비 40% 정도밖에 못했다. 올해 1억5,000 정도 매출을 목표했다. 그런데 시설 설치가 늦어지며 5월에서야 출하할 수 있게 돼 목표를 1억으로 수정했는데 일손이 모자라 수확하지 못하는 바람에 목표에 많이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강도가 사무직일 때보다는 높지만 쭈그리고 앉아 작업하는 일이 많지 않아 생각만큼 노동강도가 높지 않다고 말하는 그는 올해 농사를 실패로 규정하면서도 앞으로 농사에 대한 기대는 희망적이었다.

 

“내년 토경이던 시설 내부를 배지 시설로 바꾸면 생육환경을 더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보다 생산량이 늘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그렇게 농장이 안정화되면 상시 직원을 3명 정도 채용해 경영하려고 한다. 3~4년 후에는 장기동에 유리온실을 만들어 딸기 체험학습장도 할 생각이다.”

 

그의 머릿속은 ‘어쩌다농부’의 밝은 미래를 향한 체계적인 계획들로 가득하다. 농업으로의 전직을 만류하지 않고 지켜봐 준 맞벌이 아내, 놀아주는 시간이 줄어들어도 주말에 하우스에 나와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아이들. 그리고 한없는 믿음으로 어떤 도전에도 용기 낼 수 있게 해주시는 부모님. 그는 농업으로 제2의 인생을 성공시킬 무수한 동력을 가진 ‘행복한 농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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