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우리동네13 <나의 팬데믹 일기>

 

<나의 팬데믹 일기> 박상현, 남해의봄날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제목이나 작가, 선호하는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 정도인 것 같다. 다시 말해 나는 책 제목을 보고 많은 선입견을 가지기도 하고, 몇몇 작가를 편애하기도 하고, 출판사를 골라 읽기도 한다는 말이다.

내가 골랐더라면 왠지 읽지 않았을 것 같은 제목의 책을 옆 책방지기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심지어 작가의 첫 책이라 전작을 통한 신뢰도 같은 것도 가질 수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나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작가의 글 덕분에 미국의 현 정치, 사회 상황을 그 누구의 설명으로 접했을 때보다 훨씬 쉽게 배울 수 있었다. 사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책은 개인의 일기인데, 그냥 일기라고 하기엔 너무도 광범위한 지식이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가볍게 읽어 내려가다가 저자의 통찰력에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딸에게 평등한 사회’라는 이름으로 쓴 칼럼이 대표적인 예이다. ‘개인이 바뀌어도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차별은 지속된다’는 그의 말은 사회의 성 차별적인 관행에 대해 내가 분명 답답해하고 있고 모두에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설명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여성의 글이 아닌 딸을 가진 아버지의 시점에서 쓴 성 평등 이야기는 신선함을 넘어선 그 무엇이었다. 자신의 딸이 계속해서 완전한 성 평등을 요구하고 싸우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은 내가 감히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이었던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저자의 신념과 생각의 깊이가 보이는 책이다. 때론 공감하기도 했고, 때론 진지하게 그에게 배우기도 했으며, 종종 혼자 소리 내어 웃기도 하면서 읽었다.

전 세계적으로 겪어내고 있는 지금 이 팬데믹 상황에서의 성차별, 인종차별은 우리의 상상 그 이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의 글을 많은 사람이 읽고, 위기를 함께 알기를 바라며, 그래서 세상이 조금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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