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국가들이 탄소를 저감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불하고 있는 비용을 다른 나라의 물건에도 적용하겠다는 탄소국경조정제가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물건을 유럽으로 수출하려면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에 대한 벌금을 내야 한다. 실제적으로 관세가 부과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세계 곳곳을 휩쓸고 있는 산불, 폭우,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이상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최근 IPCC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를 10년 앞당겼다. 2021년부터 2040년 사이에 1.5도 상승한다는 것이다. 1.5도는 인간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더라도 지구 스스로 온도가 높아져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경고이다. 인류가 ‘code red’ 경고장을 받았다고 유엔 사무총장은 말한다.

 

기후변화는 거대한 태풍을 몰고 오고 있다. 극단적인 기후, 해수면 상승, 식량 위기, 질병 등이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보다 우리가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는 경제다. 기후변화 자체로 영향권에 들어가는 식량, 질병 등도 문제이지만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에 미칠 직접적인 파장이 있다. 탄소국경조정제가 바로 그렇다.

 

철강, 화학 등 우리나라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상품을 생산하여 수출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탄소국경조정제의 타격이 크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에너지를 기반으로 생산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생산 비율은 5% 정도로 주요 국가들에 비해서 턱없이 낮다. 우리는 친환경 전환을 위한 노력에서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서 크게 뒤쳐져 있다. OECD국가 중 탄소배출량 증가율 1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끝에서 2위이며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도 매우 낮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기후 악당’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탄소배출은 세계 7위로 매우 높지만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노력은 크게 뒤쳐져있는 우리나라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탄소국경조정제라는 실질적인 관세는 상품의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주고 이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문을 닫거나 생산을 줄여야 하는 기업,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나타날 수 있으며 우리 경제 전반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시급하게 대응하여야 한다. 이 위기는 인류 미래의 문제이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이 절대적인 명제와 함께 당장 우리 경제가 직면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대비도 중요하다. 너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대응하여야 하는 어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 1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를 대비하는 정부의 허둥대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숙제를 하지 않았는데 숙제 검사 시간이 다가오니 허둥대는 학생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정부의 부실한 대응은 지탄받아야 하며 향후 정부의 기민한 대응을 기대한다. 그렇지만 중앙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지방정부의 노력이 중요하고 기업의 노력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바로 기업 자신의 생존이 걸려있다. 지역사회와 개개인의 노력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김포시와 김포시민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인류의 지속가능과 우리 경제의 미래가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에 달려 있다. 지금 바로 행동하지 않으면 늦을 수 있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