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윤 규

한국 전례원 김포지원장

김포문화원 원장

세시풍속이란 “연중행사로 일정한 시기가 오면 관습적으로 되풀이하여 행하는 의례적인 생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고대에는 세시(歲時), 세사(歲事), 월령(月令)이라 하여 시계성(時季性)을 강조하였고, 풍속일은 4계절이 뚜렷한 계절에 따라 행사 내용이 결정되었다. 그 후 1895년(高宗 32年)에 태양력을 쓰기 시작하였으나 지금도 농사나 풍습에는 음력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나라 대표적 명절은 정월원단(正月元旦) 보름, 입춘, 2월 삭일(2월 1일), 경칩(3월 5일), 4월 한식, 5월 단오, 6월 유두, 7월 7석, 8월 추석, 9월 중양절(9월 9일), 10월 5일, 11월 동지, 12월 납향·제석(除夕) 등이 있다. 중일(重日)은 중국 문화에서 받아졌고 4월 8일은 불교문화에서 받아들였지만 8월 추석(秋夕)은 가장 우리나라적인 절일(節日)이라고 볼 수 있다.

 

영·정조 임금 때 우리나라 세시풍속 모습을 그린 경도잡지가 있다. 우리 민족이 살아온 풍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 중에도 4대 명절이라 하여 설날, 한식, 단오, 추석을 맞이하는 풍습은 어떤 의미로, 어떤 모양새로, 어떻게 진행하였는지로 세시풍속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4대 명절을 분석해보면 설날과 추석에는 조상을 생각했다. 조상의 대를 이어 부모님이 있고 내가 존재한다는 위계 질서적 정신 명절인 반면 한식, 단오는 상을 차리고 짝을 찾고 힘겨루기를 하는 활동적 명절이라고 분류할 수도 있다.

 

2021년도 추석에도 햅쌀로 송편, 햇밥, 술을 담그고 수확한 과일로 상차림을 한 뒤 아침 일찍 가족이 모여 차례(茶禮)를 지낸다. 고례(古禮)는 차례라는 말은 없고 “속절즉 헌이시식(俗節則 獻以時食)” 즉 “민속명절에는 명절 음식을 올린다”는 글이 있다. 명칭이야 어떠하든 간에 조상을 받들고 생존하신 부모님을 위시하여 가족이 모여 정성과 효성으로 예(禮)를 표시하며 가족의 화목 중요성을 강조한다.

 

집 밖에서는 조상의 묘(墓)를 돌보는 사초(莎草)와 벌초(伐草)를 하고 돌아가신 분께도 예를 갖춘다. 요사이 화장 문화로 묘소가 줄고 있으나 아직도 전국에 산재되어 있고 조상의 혼백을 담을 석관을 사용한다.

 

오랜 세월로 변화된 현대에서는 꽃으로 조상에게 살아온 모습을 고(告)하면서 조상님께 묵념, 기도로 대신하는 풍속이 많이 보인다. 코로나 여파로 바이러스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조치에 국민 대다수가 동참하고 있다. 세시풍속도 많이 변화되고 있음을 볼 때 전통 민속 학자나 유교, 유림, 향교 단체나 우리 예절 연구가들이 변화돼가는 풍속을 창안하고, 나아가 뭇 시민들의 공감도가 있는 세시풍속 제도가 나오고 공청회를 거쳐 변화된 새로운 풍습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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