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김종미

 

도로 위에서 먹이를 찾는 비둘기에게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질주할 때

유리창 앞을 아슬아슬하게 날아오르는 작은 그것

 

최후의 순간까지 버티다가

우리는 둘 다 살아서

결과는 무승부였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진 것이다

 

나는 오래 너를 기억할 것이고

너는 즉시 나를 잊을 것이기 때문이다

 

푸드득 날아오르는 것에 대해 질투를 느끼는 하루다

나를 향해 정면으로 질주해 오는 시시비비

멱살을 잡히기 직전 냉큼

그들 지붕 위의 구름이 되고 싶다

그리고 망각

 

벽에 부딪히는 것은 상당히 로맨틱한 일

이마에서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어떤 탈주의 은밀한 행로를 느끼면서

 

우리는 들려줘야 할 무엇을 기억하는가

 

시감상

너와 나의 관계에서 내가 더 오래 너를 기억한다는 것이 진 것이라면 나는 늘 지고 싶다. 우리의 관계는 승부가 아닌 증명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매일 질투를 하며 산다. 건강한 이웃에 대하여, 파릇하게 돋아난 숲속의 나뭇가지들에 대하여, 오래 앓다 간신히 회복 중인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다 신비롭다. 질투조차 신비롭다. 들려줄 것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지금의 내가 신비롭다. 즉시 나를 잊어도 좋다. 죽는 날까지 나는 네 그림자의 끝을 네게 들려줄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그건 기억이다.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부산 출생, 현대 시학 등단, 시집 <새로운 취미>, 시와 사상 편집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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