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사기>

박수영 책찌짝찌 독서모임 회원

우리나라에 단군신화가 있듯이 중국도 “신화와 전설에서 비롯되는 삼황오제 시대부터 역사는 시작된다”고 사마천은 말한다. 태평성대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어낸 요임금과 순임금은 바로 오제시대의 황제다. 본격적으로 왕조시대가 출발하는 하나라는 폭군 걸왕을 마지막으로, 은나라 또한 주색에 빠진 주왕을 마지막으로 전설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주나라는 봉건제를 실시하고 유교 사상을 정치 이념으로 내세우며 국가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창건한 무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강태공의 보필을 받았으며 의로움과 절개의 상징인 백이와 숙제도 주나라 시대의 인물들이다.

 

천하의 패권을 잡기 위해 다투었던 춘추전국 시대에는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고자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묵자 등 제자백가 시대가 도래하였고, 기원전 3세기 드디어 진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한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진나라는 간신인 환관 조고에 의해 멸망하고 초한지의 대표적인 인물 항우와 유방이 격전을 벌이며 한나라가 세워진다. <사기>는 한나라의 전성기 한무제 때 쓰여진 기록이라 여기서 막을 내린다.

 

태어나 보니 왕의 아들, 요즘 말로 금수저로 태어난 후계자들은 평탄하게 왕위를 물려받기도 하고 20년 가까이 다른 나라에 볼모가 되어 떠돌다 진나라의 왕이 된 문공의 경우처럼 어렵게 왕이 되기도 한다. 진시황의 경우는 킹메이커 여불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수도 있었다.

 

각 나라의 제후에게는 책사나 재상, 장군 등 왕위를 탄탄히 받쳐주는 인물들이 중요했다. 어떤 인물을 두는지에 따라 나라가 망하기도 흥하기도 했다. 훌륭한 인물이 곁에 있어도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믿은 왕은 그 말로가 좋지 못하다. 대표적인 왕으로 진시황이라 하겠다. 수많은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은 자신뿐이라 생각했는지 후계자를 정해 놓지 않아, 지방을 순회하다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했을 때 환관의 거짓 유서 하나로 어렵게 이룬 천하 통일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진나라가 멸망하고 항우와 유방의 대결에서는 누가 봐도 명문 가문의 대장군 항우가 유리할 듯했지만 결국 한나라를 세우는 것은 농민 출신인 유방이다. 유방은 스스로가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에게 가르침을 줄 좋은 인재를 두었고, 독불장군인 항우는 전투력은 막강하나 그 두려움에 사람들이 따르지 않았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사마천의 <사기>의 매력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오제 시대부터 한나라 무제 때까지 약 2,500년의 시기를 다룬 사기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것이 옳은 것이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인물들의 특징적인 면모나 일화를 기록하며 직접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삶에 정답은 없다는 것을 기록으로 보여준 것이기에 오늘날까지 사람들이 찾는 고전 중의 고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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