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20세기 가장 부유한 흑인, 미국의 상위 자산가 중 유일한 흑인 억만장자. 세계 최대의 영향력을 가진 여성.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 수상자. 국제 에미상 방송인 상 수상자. 2004년 유엔 ‘올해의 세계지도자상’ 수상자. 이쯤 하면 그 주인공은 누구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바로 오프라 윈프리 Oprah Winfrey. 그녀가 가진 이력은 이것 말고도 철철 넘친다. 그녀의 생애에 어떤 행운이 주어졌기에 이런 화려한 경력을 만들어 내었을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인생은 나면서부터 구겨졌고, 초반의 삶은 기구하기 짝이 없었다.

윈프리는 1954년 1월 29일 미국 미시시피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관공서 직원의 실수로 이름이 Orpah에서 Oprah로 바뀌었고, 어머니는 그녀를 낳자마자 버렸으므로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얼마 후 그녀를 맡은 할머니가 병에 걸리자 다시 어머니에게 보내져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면서 설상가상으로 9살에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14살에 미혼모가 되었으나 2주 후에 아들이 죽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테네시주로 이발사인 아버지에게 보내졌다. 고등학생이 되자 삶을 위해 19세에 한 라디오 프로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는데, 열심히 일한 덕분에 저녁 뉴스의 공동뉴스캐스터로 발탁되었다.

윈프리는 자기 경험을 녹여내는 진솔한 감정 전달로 호응이 높아져 활동무대가 저녁에서 낮 시간대의 토크쇼로 바뀌었는데, 그 쇼가 바로 ‘오프라 윈프리 쇼’이다. 1983년 윈프리는 시카고에서 무명의 30분짜리 토크쇼 ‘에이엠 시카고’의 진행자가 되었는데, 한 달 후 시카고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나휴 쇼를 능가하게 되었다. 그 쇼는 얼마 가지 않아 전국 방송의 오프라 윈프리 쇼로 바뀌었다. 그녀는 악조건을 이겨내고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게 만든다는 오프라 윈프리 쇼의 영향력을 표현하는 ‘오프라 되기’ Opraization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마침내 미디어계의 여제로 자리매김했다.

윈프리의 성공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인생의 성공 여부는 개인의 초인적인 노력으로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로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어떤 절망적 상황에서도 그녀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경계하면서 좌절의 순간에 오히려 위로 날아올랐다. 자주 절망하며 나약해지는 자신을 마주하면서 그녀는 절대적인 하나님의 존재에 자신을 철저히 내맡기는 신앙심으로 자신과 남을 용서함으로써 마침내 저주의 올가미를 벗어났노라고, 한 토크쇼에서 고백하였다. 자신의 처지를 절대로 저주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주위를 돌아보며 작은 일에도 감사하기 시작한다. 나아가 감사 일기를 써갔다. 감사 일기를 통해 그녀는 성공과 행복을 동시에 성취했다고 고백한다. 이를 통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을 느끼게 되고, 삶의 초점을 맞추며 살아야 할 과녁을 알게 되었다. 일부를 소개하면 이러하다. 오늘도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눈부시고 파란 하늘을 보게 되어 감사하다. 맛있는 스파게티 점심을 먹게 되어 감사하다. 약 올리는 동료에게 화내지 않은 인내를 주셔서 감사하다…. 감사의 내용은 사실 진부하기 짝이 없다. 다시 말해, 그녀의 생활은 일상의 한 자락 한 자락 모두에서 감사 조건으로 찾아낸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여 부정적 현실을 뛰어넘고 감사를 통해 밝게 조명함으로써 구겨진 인생을 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인생을 빛나게 만들었다.

이제 우리의 주변을 보자. 모두 죽겠다고 아우성친다. 젊은이들은 직장이 없다고, 상공인들은 정부가 무관심하다고, 정치인들은 상대편이 발목을 잡는다고, 무주택자들은 집이 없다고, 하면서 그 책임을 다른 데로 떠넘기며 목청을 돋우고 있다. 불평과 불만이 그득한 상황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구겨진 삶을 회복시킬 수 없다.

돌이켜 각자가 부정적 현실을 헤아려 보고, 작은 가능성과 장점들을 찾아 감사하면서 그것을 발판으로 도약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살만하고 괜찮은 구조임을 국제사회는 인정하고 있다. 주관적 불행이 객관적 행복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깊이 좌절했을수록 더 적극적으로 감사의 조건을 찾을 필요가 있다. 뚜벅뚜벅 걷다 보면 이윽고 문제는 해결되어 있을 테고, 구겨진 삶은 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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