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김포, 김포형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_6 사례에서 배우다③ 유관기관과의 협력

도시가 성장하면 반드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낡은 도시를 모두 없애고 다시 짓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느리지만 생활 터전과 공동체를 유지하며 활력 잃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재생’은 힘들지만 의미 있다. 도시재생 초기단계인 김포.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편집자 주>

<연재 순서>

1. 김포 도시재생사업 현황 진단

2. 도시재생사업, 무엇이 중요한가?

3.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을 묻다

4. 사례에서 배우다① 주민 의지의 중요성

5. 사례에서 배우다② 주민협의체의 적극성

6. 사례에서 배우다③ 유관기관과의 협력

7. 사례에서 배우다④ 거버넌스의 힘

8. 사례에서 배우다⑤ 아이디어가 다한다

9. 사례에서 배우다⑥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사업

10. 사례에서 배우다⑦ 상권이 살아야 성공

11. 사례에서 배우다⑧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12. 주민, 행정, 전문가가 말하는 김포 도시재생 방향

▲제주북초 도서관을 리모델링해 학교와 지역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든 '김영수도서관'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 변화영 사무국장은 제주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의 특징이자 장점은 단연코 ‘협력’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며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상 지역사회가 좁아서 서로 관련 있는 기관들과 친하게 지낸다. 그만큼 협업이 잘되고 도와주는 품앗이를 자주 한다. 도시재생사업을 주관하고 진행하는 것은 지원센터지만 센터가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다. 전문적인 분야는 그 부분을 잘하는 기관의 도움을 받아 함께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변화영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변화영 사무국장이 자부하듯 제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은 지원센터의 주도하에 창조혁신지원센터, 다양한 양성기관, 관광공사, 사회적경제네트워크 등의 각자 잘하는 강점을 모아, 쇠퇴한 도시를 새롭게 재생하는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

 

제주도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은 모관지구를 대상으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되는 근린재생형 사업이다. 180억 원이 투입돼 ‘오래된 미래 모관, 옛것을 살려 미래를 일구다’라는 주제로 원도심 내의 역사, 문화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재생 상생마당 구축, 창업 및 성장 지원 인프라 구축사업 등 7개 사업 분야 15개 세부사업이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이 가까운 원도심은 명실공히 제주도의 정치·행정·경제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신도심 개발로 도시가 확장되면서 공공기관 및 제주대 병원이 이전, 도심 기능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제주도 이주 붐으로 제주 전체 인구가 증가했지만 원도심은 상주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지역상권이 침체되고 건물의 노후화가 심화됐다.

 

원도심 도시재생사업 대상지인 모관지구는 관덕정, 제주목 관아, 김만덕기념관 등의 역사문화자원과 동문시장, 칠성로상점가, 중앙로 지하상가 등의 상업공간이 존재해 도시재생사업으로 활성화를 꾀한다면 기존 원도심의 중심 기능을 회복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역사와 문화 가치를 토대로 경제생활 공간을 활성화시켜 도시의 지속성을 갖추는 재생사업이 진행됐다.

학교, 교육청, 지역주민 협력... 원도심 새 랜드마크 ‘김영수도서관’

제주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영수도서관’을 필두로 도시재생 커뮤니티 공간 ‘상생모루’, 도시재생 디자인 코워크 공간 ‘디자인공장’, 고택을 주민 사랑방과 책방으로 탄생시킨 ‘제주책방’, 제주음식 관련 프로그램 운영 주방 ‘케왓’, 스타트업 및 소셜벤처 지원거점 ‘W360’ 등의 도시재생 공유공간의 건립이다. 이러한 사업 진행의 많은 부분에서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졌다.

▲고택을 주민 사랑방과 제주 관련 책방으로 리모델링한 ‘제주책방’

“가장 자랑하고 싶은 건 김영수도서관이다. 지원센터와 제주도교육청, 제주북초등학교, 지역주민들이 협력해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없었던 학교도서관과 마을도서관이 한 공간에서 같이 운영되는 새로운 도서관을 만들었다. ‘2020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리모델링 건축으로는 첫 사례라 더 의미 있었다.”

▲김영수도서관으로 들어서는 입구
▲주제별로 책이 정리되어 있는 ‘책과 노니는 방’

김영수도서관은 제주북초 20회 졸업생 故 김영수 씨가 1968년 어머니의 90회 생신을 기념해 모교에 기증한 시설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방치됐고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유휴시설이던 옛 관사, 창고와 함께 3개 동을 2019년 김영수도서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도서관은 정규수업시간에는 제주북초의 학교도서관으로 운영되고, 방과 후와 주말에는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마을도서관이 된다.

 

“학교는 어떤 공간보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런 공간을 주민을 위한 개방형 마을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었던 것은 도교육청과 학교, 지역주민, 지원센터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며 지역이 원하는 도서관의 모습을 찾아내는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건립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 도서관 활동가 비영리단체 ‘김영수도서관친구들’과 지역주민의 자원봉사 등 마을교육공동체가 도서관을 관리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내고 있어 진정한 도시재생을 구현하고 있다.”

 

건물의 외관을 최대한 유지하고 내부를 한옥 목구조로 설계해 아이들과 지역주민이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마음껏 책을 읽고 문화행사를 누릴 수 있게 한 김영수도서관은 이제 제주 원도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도서관 2층 ‘목관아가 보이는 책뜰’ 공간. 개인 열람공간이다.
▲도서관 1층과 2층 연결 통로. 계단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청년창업, 스타트업 챌린지 함께 진행

‘W360’은 지원센터가 기상청,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시킨 공간이다.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청년들의 유입이 많은 편이다. 이들을 위해 원도심 내 청년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이에 지원센터는 신청사로 옮겨간 기상청의 구청사를 창업지원센터로 조성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력해 만든 원도심 창업 생태계 거점공간 'W360'
▲구 기상청 건물을 리모델링한 W360의 1층 내부

“2017년 세 기관이 MOU를 체결하고 기본계획 수립과 리모델링을 통해 2019년 혁신창조거점 공간을 만들고 7개 창업팀을 선정해 입주시켰다. 지원센터는 지역이 필요한 공간을 찾아내고 구상하는 일을 잘 해낼 수 있지만 경제나 창업 쪽은 그와 관련된 기관이 훨씬 잘 알고 잘할 수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였다.”

 

이렇게 해서 원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경관을 감상하며 창업에 몰두할 수 있는,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한 지역기반 프로젝트 수행 복합공간이 만들어졌다. 프로그램 운영 또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맡아 하고 있다.

 

두 기관의 협력은 공간 건립에 머무르지 않았다. 제주 원도심의 빈집, 빈 건물 등의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휴공간 자원을 새롭게 활용해 지역 전체의 활성화를 꾀하는 ‘리노베이션 스쿨’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시작, 올해까지 4회째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와 멘토가 함께 3박 4일 동안 토론하는 워크숍을 통해 창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제주대학교 LINC+사업단과 함께하는 ‘도시재생 스타트업 챌린지’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챌린지를 진행했다. 원도심의 칠성로상점가 일원에 방치된 공간을 활용할 창업가를 발굴하는 것으로 창업 멘토와 함께하며 다양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도출돼 창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잘하는 것을 서로 모아 협업할 때 진정한 도시재생의 의미를 실현할 수 있다”는 변화영 사무국장. 그를 통해 제주 도시재생의 바람직한 결과물을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미니 인터뷰>

디자인공장 양석원 자치회장

“지역기반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 위한 플랫폼 역할”

▲양석원 디장인공장 자치회장

원도심 칠성로의 민간인 소유 공간을 지원센터가 임대해 만든 ‘디자인공장’은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지역 기반의 도시재생 활성화 및 디자인 품질 향상을 위해 조성한 코워킹 공간이다. 다양한 분야 창작자들이 모여 창의력을 증진시키고 지역을 위해 고민하는 공간으로 단순히 유휴공간 제공이나 창업지원이 아니라 입주 멤버들이 모여 협업할 수 있는 ‘커뮤니티 형성’에 가치를 두고 있다.

▲디자인공장 코워크 공간

2019년 1기 입주자 선정 이후 6개월마다 입주자를 선정하고 있다. 현재 4기 입주자가 들어와 있다. 기수가 올라가며 지원센터의 역할을 최소화하며 입주기업의 자율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는 양석원 디씨투제이 대표는 이곳의 첫 자치회장이다.

 

“입주자들은 원도심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도모하며 공동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코워크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사회 가치를 실현해나갈 파트너들이라 생각하기에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 1인 기업이라 소통이 수월한 편이다. 입주사의 비즈니스 피티 이후 서로 상생하며 공존하는 지역비지니스 플랫폼 역할을 풀어내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선정된 입주 기업들의 사무 공간. 1인 기업이 많아 각 기업당 한 책상을 이용하고 있다. 

4기에 이르는 동안 다양한 팀이 이 공간에서 소통을 통해 지역 비즈니스를 풀어내고 있는 디자인공간은 입주하는 팀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현장 중심의 연구와 테스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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