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A씨, 보증금마저 월세로 까먹고 폐업... 집까지 압류

버티는 B씨, 대출 한 번에 갚아야 해 맘대로 폐업 못 해

▲장기동 먹자골목. 오후 늦게 문을 여는 가게가 대부분인 이곳은 현 거리두기 단계에서는 길어야 5~6시간 정도 영업할 수 있다. 아예 문을 닫고 쉬는 가게도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두 달 가까이 2,000명대에 육박하면서 소상공인의 고통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수도권의 거리두기 4단계가 8주간 지속되며 소상공인들은 “2인 이상만 받을 수 있는 현 단계는 저녁 장사를 포기하라는 말”이라며 “힘들지만 방역지침을 지키며 코로나 상황이 좋아질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더 이상 버틸 방도가 없다”며 방역체계 전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경숙 김포시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요즘 부쩍 폐업으로 인한 탈퇴 회원이 늘고 있다”며 “300여 명 회원들이 가장 많이 문의하는 내용 또한 대출 관련 정보”라며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버티다 못해 폐업에 이른 외식업 사장과 대출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해 폐업도 맘대로 못해 견디고 있다는 침구매장 사장을 만나 소상공인의 현실을 들어봤다.

 

보증금 3,000만 원 월세로 다 나가

대출 못 갚자 집 압류, 월세 올라 갈 곳 없어

장기동먹자골목에서 물갈비집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 4월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인기를 끈 외식업이라 포장마차와 중국집을 운영하며 10년 넘게 외식업에 종사했던 경험을 살려 한다면 별걱정 없이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작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얼마 안 가 코로나19가 발생했고 ‘지옥 같은 2020년’을 겪었다. 그리고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 문을 닫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루에 1만 원도 못 벌고 집에 간 적도 있었다. 근처 건물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날은 그냥 아무도 오지 않았다. 월세에 직원 월급까지... 월말 다가오는 게 두려웠다. 장기동먹자골목이니 ‘설마’ 했는데... 거리두기가 2단계만 돼도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A씨는 그래도 버티다 보면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겠지, 하며 영업을 이어가다 결국 보증금 3,000만 원마저 다 까먹는 처지에 이르렀다. 들어갈 때 인테리어에 투자한 돈이 많아 그 손해도 만만치 않았다. 집기 또한 하나에 100원밖에 받을 수 없다는 말에 다 버리고 말았다.

 

“물갈비집을 시작하면서 대출을 받았다. 벌면서 충분히 갚아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계획했던 건데... 코로나가 정말 원망스럽다. 폐업하면서 집이 압류됐다. 보증기금에서 하루 4만 원씩 가져가는 꼴이다. 아이가 있으니 파산은 피하고 싶어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압류가 된 집을 떠나 이사해야 하는데 “그 사이 김포 집값은 왜 그렇게 올랐는지 보증금 1,000만 원에 70만 원 하던 월세가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120만 원이 되었다”며 오갈 곳 없는 현실을 하소연했다.

 

현재 다섯 살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그는 이전에 “아이가 아파 7개월 동안 가게 문을 닫는 어려움도 이겨냈는데 코로나 앞에 무너지고 나니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현재 알바와 한부모가정 자녀양육비 지원금 20만 원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그는 “살기 위해서는 재기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코로나로 폐업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좀 줬으면 좋겠다”며 “LH에서 저소득층에 임대아파트를 분양하듯이 공공임대 상가를 만들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싸게 임대해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김포 바닥 경기 체감하며 근근히 운영

남편 월급으로 월세 충당하며 버티고 있어

통진시장 골목에서 이불가게를 하는 B씨는 힘들어진 김포 경기를 체감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통진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곳인데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지 못하자 그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이 2년째 타격을 받고 있다.

 

“이불은 손으로 만져보고 사는 만큼 대면업종이다.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취업 외국인이 들어오면 생활에 필요한 이불을 사게 된다. 또 고국으로 보낼 선물용을 사는 이들도 있는데 가족에게 보내는 건 좋은 걸로 한다. 그런데 코로나로 외국인 취업자들이 들어오지 않으니...”

 

김포 내 산업이 활발할 때 외국인 노동자용 이불을 주문하는 기업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도 뚝 끊긴 상태다.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되며 손님이 한 명도 들어오지 않은 날들이 많은 요즘 그는 “폐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지난해 물건대금용으로 주거래은행에서 소상공인 이자 혜택을 받아 빌린 3,000만 원을 다 갚아야 하기에 폐업도 맘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얼마 전 그는 “남편이 월급에서 월세 77만 원을 도와줄 테니 어떻게 하든 가게를 유지하며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리자”고 해 버티기로 결정했다. “좀 덜 쓰고 버틸 생각인데 다른 자영업자들이 버팀목 플러스 등을 지원받는데 나는 한 번도 그 혜택을 받지 못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2018년에 이불가게를 낸 그는 2019년까지 그럭저럭 가게를 운영했다. 그런데 작년 코로나로 전국민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며 뜻하지 않게 반짝 장사가 잘됐다. 동네 사라들이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그의 가게를 많이 이용하다 보니 지난해 매출이 2019년보다 오히려 좋았다. 그래서 2019년과 2020년 매출을 비교해 지급하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던 것.

 

“그런데 올해는 다르지 않나. 코로나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며 거리두기 단계도 올라가고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당연히 매출도 작년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런데 버팀목 플러스를 신청하려면 작년과 같은 방식으로 대상자를 선정하기에 지원금을 받을 수가 없다.”

 

그는 “소상공인연합회에 기준을 바꿔 달라는 건의를 해달라고 전화하고 신청 홈페이지에도 하소연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며,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한 달치 월세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라 간절한 부분이다. 그런데 혜택을 받지 못하니 아쉽다”고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김포센터 유치로 도움 주고파

서경숙 회장은 “관내 소상공인들이 정책사업 신청 또는 상담 시 관할 지역센터인 부천까지 가려면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너무 크다”며, “관내 소상공인들에게 적기에 필요한 사업신청 및 수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김포센터를 유치하는 등으로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포시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소상공인 운전자금 이자차액 지원’과 ‘소상공인 특례보증 및 특례보증수수료 지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자차액 지원은 업체당 5,000만 원 이내 한도로 대출금리 중 2.0~3.0%에 대한 이자차액을 보전해 준다. 특례보증은 업체당 3,000만 원 이내에서 담보력이 부족해 융자가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경기도 신용보증재단 사업비 출연으로 특례보증을 해준다. 김포시 출연금이 8억 원으로 보증 규모는 80억 원이다. 특례보증 시 발생하는 수수료(보증규모의 1%)도 지원한다.

▲장기동 먹자골목. 오후 늦게 문을 여는 가게가 대부분인 이곳은 현 거리두기 단계에서는 길어야 5~6시간 정도 영업할 수 있다. 아예 문을 닫고 쉬는 가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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