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 29

박영준 김포중앙교회 원로목사

어느 날 부천 동광교회에 시무하는 류철랑 목사께서 내게 제안해 왔다. “내가 지금까지 많은 세미나에 다녀보았지만 지금 나가고 있는 곳은 정말 유익한 세미나라고 생각되는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류 목사께서는 열정적으로 목회를 하여 교회가 많이 부흥하고 있었다. 그런 제의를 받고 “목사님이 좋다고 생각되어 추천하는 곳이라면 가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간 곳이 ‘21세기 목회연구소’였다.

 

연구소 소장은 김두현 침례교 목사였다. 그분은 영국에서 예배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한국교회 예배를 갱신해야 한다는 소명 아래 연구소를 개설하게 되었다고 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유익한 강의가 계속되었으며 강의를 하고 응용할 자료까지도 제공해줘 이론적으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예배에 적용하기 쉽도록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초교파적으로 목회자 60여 명이 모였다.

 

그곳에 우리 노회 목사님들 중에도 몇 명이 참석했는데 어떤 목사님은 연구소에서 배운 것을 교회에서 적용하여 많은 유익을 얻었는가 하면 어떤 목사님은 교회 중직자들이 담임목사의 목회방침을 이해하지 못해서 적용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분들도 있었다.

 

새로운 성전을 건축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목회할 때 목회자의 심정은 오로지 교회 성장이다. 물론 질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양적인 성장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감사한 것은 새 성전에 입당하면서 주일예배 때마다 등록하는 성도들이 많았는데 그 새로운 성도들을 우리교회에 성도로 적응시키는 일이 중요하여 저들을 양육하며 돌보는 일에 소홀할 수가 없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연구소에 나가서 세미나에 참석해 연구하며 배우는 일에 최선을 다하던 중 송구영신 예배시간에 받은 약속의 말씀을 중심으로 연초에 대심방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큰 결단 없이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으나 연말에 계획을 잘 세워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두 분의 부교역자들에게 나의 목회 방침을 설명해 주어 나와 같은 인식을 하도록 했고 함께 심방 계획을 짰다.

 

한 해를 보내는 12월 31일 밤 11시 30분부터 하는 송구영신 예배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정점에 하나님의 교회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새로운 결단을 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이때 순서에 따라 앞에 나와서 약속의 말씀을 뽑아 새해에 내게 주실 축복의 말씀으로 믿고 그 말씀을 묵상하며 살아서 승리하는 한 해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 약속의 말씀을 부교역자들에게 새해 1월 1일과 2일 이틀 동안에 교구별로 각 가정에서 받은 약속의 말씀 본문을 받아 내게 제출하도록 하고, 1월 3일 새벽부터 1교구 1구역부터 대심방을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새벽 예배 후 출근이나 학교에 등교하기 전에 심방 받을 수 있는 2가정, 오전에 8가정, 오후에 8가정, 퇴근 후인 밤에 2가정을 심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게 했다.

 

심방대원은 아침 식전과 밤에는 교구 목사와 둘이서, 그리고 낮에는 교구 권사와 교구 목사와 함께 셋이서 심방을 다녔다. 심방대원이 많으면 시간이 많이 지체되기 때문에 최대한으로 심방대원 수를 줄였던 것이다. 나는 부교역자가 각 가정으로부터 받은 약속의 말씀을 놓고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그 가정에 복 주시기 위해 주신 말씀의 의미를 쉽게 풀어서 온 가족이 그 말씀을 묵상하며 순종하며 살아서 하늘의 축복을 받는 가정이 되라는 말씀으로 준비했다.

 

한 가정에서의 예배 시간은 20분. 지체하는 시간을 포함해 30분을 넘지 않도록 했으며 다과 대접은 하지 말고 원하는 가정에서는 따뜻한 생수 한 컵을 준비하도록 했고 대신 주일에 감사헌금을 하도록 했다.

 

제일 먼저 심방을 간 가정이 K집사 S집사 가정이었다. 양촌면 대벽리 공장 2층에 있는 주택에 살았기 때문에 차로 10여 분 걸려 아침 5시 50분에 도착해 문 앞에 나와서 기다리던 부부의 안내를 받아 2층 주택 거실에 들어가니 깨끗하게 정돈된 방바닥에 방석 여섯 개가 둥그렇게 놓여있었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앉아서 기다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모든 가정 식구들이 거의 완벽하게 준비를 다 하고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간단하게 가정 형편을 물으며 잠시 대화를 하다가 찬송 한 장을 부르고 금년에 받은 약속의 말씀을 온 가족이 다 함께 암송하도록 했다. 네 식구가 확실하게 암송을 했고 나는 그 말씀의 뜻을 잘 이해하도록 설명해 주고 액자에 넣어진 이 약속의 말씀을 온 가족들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세워둬 오고 가면서 읽고 암송하면서 이 말씀을 따라 하루하루를 살아서 승리하는 금년 한 해가 되도록 하라고 권면을 했다.

 

유대인들이 문설주에 쉐마를 달아놓고 나가며 들어오며 보고 만지면서 하나님 말씀 중심의 삶을 살았던 것처럼 온 가족들이 그렇게 살라고 하는 의미로 말씀을 전했다. 그리고 모든 가족의 평안과 행복, 그리고 사업장의 번창을 마음껏 축복하고 따뜻한 생수 한 잔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 가정을 나왔다.

 

그리고 다음 한 가정을 더 하고 아침 식사를 한 다음, 9시부터 준비된 8가정을 하며 계획대로 진행하고 점심 식사 후에 또 8가정을, 저녁 식사 후에는 밤에 퇴근하여 온 가정이 함께 참석할 수 있는 가정 두 가정을 심방하며 두 주간을 마쳤다.

 

그런데 금요일 밤에 코피가 터지며 몸에 이상이 오는 것을 느꼈다. 너무 무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마침 장신대 동기 목회자 8가정이 5일간 일본으로 여행하는 계획이 있어 동행하여 가서 한 주간 온천욕을 하며 피곤을 풀고 와서 다음 한 주간 심방으로 전 교인들의 신년 심방을 다 마쳤다.

 

그렇게 연구소에 나가면서 교회는 더욱 새롭게 변해갔고 내 목회는 더욱 활기를 띠고 즐거웠으며, 이 시기에 우리 교회가 가장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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