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풍수 & 관상 이야기-30

강충구

정통풍수지리학회 회장

인상상담사

인간이 죽으면 그만인데 사자(死者) 유해(遺骸)에서 무슨 기(氣)를 따지는 것일까. 묘터를 알아보는 음택(陰宅) 풍수를 공부하면서 필자가 늘 가졌던 의문이다. 맞는 비유가 될지는 모르지만 불교 윤회(輪回) 사상이나 기독교의 천국(天國)이 있다는 것과 같은 개념이 아닐까 한다.

 

중국 동진(東晉)시대 풍수 대가 곽박(郭璞)이 쓴 <금낭경(錦囊經)> 기감편(氣感編)을 보면 장자(葬者, 죽은 자)는 생기(生氣)를 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생기는 산 사람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생기는 오행(五行)의 기(氣)로 땅속을 돌아다닌다고 한다. 필자도 풍수 답사를 다닐 때 좋은 터를 만나면 엉덩이를 한참 붙이고 있다 일어나곤 한다.

 

이 기가 부모의 유해(遺骸, 시신)에 감응(感應)하면 그 복이 후손에 미친다는 것이다. 이를 풍수에서는 감응(感應) 사상이라고 한다. 쉽게 풀이하면 그 기의 느낌을 응(應)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나쁜 친구와 어울리지 말라’시던 부모님 말씀이 생각이 난다. 같이 어울려 다니면 같이 나쁜 놈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감응사상 때문에 죽은 자의 묘터를 잘 잡아야 하는 이유이다. 전직 대통령이나 재벌 회장들의 생가(生家)를 잘 보존하는 것도 이들의 기를 후손들이 감응(感應)하기 위함이리라.

 

사람의 뼈는 생기가 뭉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죽음으로 생기가 없어지면 뼈만 남게 되는데 이 뼈에 다시금 생기를 감응시켜 후손에게 그 음덕(陰德)을 강조한다. 그래서 생기가 좋은 터를 잡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는 풍수 근본 사상과 이론이 된다. 풍수지리의 장풍득수(藏風得水) 뜻에서 보듯이 자리 잡은 터에서 물(水)을 얻음이 가장 좋고 다음으로 바람을 막아 주는 장풍(藏風)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의 유해(遺骸)가 기를 얻기 위해서는 유해를 매장하는 관(棺)의 자리와 천심(淺深)이 중요하다. 이렇게 오행의 기가 땅속을 돌아다니며 생명을 잉태한다고 한다. 이 생기를 알기 위해서는 형세를 잘 살펴야 한다. 즉 형세에 따라 기(氣)가 멈추고 일어나는 터를 잘 살필 줄 알아야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좋은 땅, 나쁜 땅을 판단하는 땅의 귀천(貴賤)에 대해 알아보자. 땅의 귀함은 비탈진 곳이 아닌 평지에 있고, 흙의 귀함은 지(支, 가지)에 있다. 장지(葬地)는 산세를 살펴서 반드시 기가 모여드는 곳에 해야 한다. 산세가 다소 험(險)하더라도 중산중수(衆山衆水), 즉 산이 두텁고 물이 모여드는 곳이 길지(吉地)다.

 

반면에 장사(葬事) 지낼 수 없는 산은 다음과 같다. 흔히 돌산이라고 하는 석산(石山), 용맥(龍脈, 산맥)이 끊어지는 단산(斷山)을 들 수 있다. 산세가 흘러내리는 과산(過山), 나 홀로 산인 독산(獨山), 미성숙해 보이는 동산(童山)이 그것이다. 이런 산에 묘(墓) 터를 잡으면 새로이 화(禍)가 생기고 있는 복까지 없어진다고 한다.

 

장사 지낼 산을 선택하는 방법(占山)으로 세(勢)와 형(形), 방위를 제시한다. 세(勢)를 보는 대표적인 것이 사신사(四神砂)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좌청룡, 우백호라고 하는데 청룡, 백호, 주작(朱雀), 현무(玄武)가 그것이다. 권력과 명예를 상징하는 좌측 청룡은 완연(蜿蜒) 즉, 길게 뻗쳐있는 모양이 구불구불해야 한다. 재물을 상징하는 우측 백호는 준거(蹲踞) 즉, 웅크리고 앉은 모습이어야 한다.

 

뒷산인 현무는 용맥이 머리를 드리운 듯 감아 들어 와야 하고, 붉은 봉황을 형상화했다는 남쪽의 주작은 춤추는 듯한 형상이 길(吉)한 상이다. 위 형세에 반(反)하면 집안이 망하고 사람이 죽는다고 하여 사신사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풍수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이 부분만 잘 볼 수 있으면 풍수의 기본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토질에 대해 알아보자. 기가 뭉쳐있는 흙은 진혈토(眞穴土)라고 하는데 가늘면서 단단해야 하고 윤택해야 한다. 그렇다고 질퍽해서는 안 되며 옥(玉)같이 영롱(玲瓏)하고 오색(靑赤黃白黑)을 구비한 흙이어야 한다. 결국 풍수는 양택, 음택 모두 산맥, 터, 주변 산세, 물, 방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잘 맞게 해야 발복(發福)하며, 풍수에 맞지 않으면 재앙을 부른다.

 

장사(葬事)라는 것은 기(氣)를 반응시켜서 뼈에 들게함으로써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음덕(陰德)을 입히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완전한 기(氣)를 갖춘 땅, 즉 전기지지(全氣之地)는 당연히 그 기가 멈추는 곳에 장사를 지내야 한다. 형이 멈추어 기를 축적하면 만물을 생하게 하고 변화하게 하는 이곳이 상지(上地), 곧 최상의 산소 터인 것이다.

 

요즘은 80% 이상 화장(火葬)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음택(陰宅) 풍수는 점점 관심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선산(先山)이 있거나 개인적으로 좋은 곳을 갖고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것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어설프게 장사 터를 잡을 바에는 차라리 화장(火葬)을 하라고 한다. 결론은 죽은 자도 기(氣)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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