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
김포시민

어릴 적 방학을 앞두고 방학 동안 지킬 계획 등을 세워보라는 선생님은 항상 작심삼일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셨다. 작심삼일은 마음을 먹고 3일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뜻으로 결심은 쉽지만 행동하는 것이 어렵다는 조언이었고, 거창하게 계획을 세운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는 작심삼일 하지 않겠노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현실을 파악하는 것에는 삼일도 필요하지 않았다. 하루 이틀만 지나도 계획을 세울 때의 결심은 이불 속에서 사라지곤 했던 기억 다들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작심삼일을 피할 수 있는 참 쉽게 듣는 단어 한 개를 떠올릴 수 있다. 바로 ‘언제나, 처음처럼’이다. ‘처음처럼’이라는 단어는, 그 뜻이 명확하고 쉬운 표현으로 누가 먼저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아마 신영복 선생님의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 에세이집 ⌜처음처럼⌟에서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라는 표현을 사용하셨다. ‘처음처럼’ 이란 쉽게 접하고 흔하게 사용되는 표현을 가만히 생각하며 위 구절을 다시 읽어 보면 울림이 적지 않다.

입학하며 열심히 공부해서 효도하고, 성공하겠다는 첫 마음, 누구보다 직장 생활에 적응을 잘해 승승장구 하고 싶다는 첫 마음, 부모님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독립하며 앞으로 누구의 잘 살아보자는 첫 마음,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는 과정에서 항상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겠다는 첫 마음,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면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첫 마음, 어제보다 오늘이 그리고 오늘 보다 내일 더 노력할 것이라는 첫 마음, 항상 처음은 결심과, 후회 없이 할 수 있을 것 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여전히 처음처럼 잘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타성에 젖어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반성 할 수밖에 없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끊임없이 마주하는 처음이라는 만남, 관계, 일, 사랑 등이 내게 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지금은 일상이 되어 까마득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많은 것들이 과거 언젠가는 풋풋한 처음이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처음처럼 사랑하고, 처음처럼 달려가고, 처음처럼 힘을 내자고 감히 말한다.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 ‘처음처럼’은 어떤 의미인가?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