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 27

박영준 김포중앙교회 원로목사

두 주간 동안 두 대학교에서 세미나를 마친 우리는 사막에 세워진 도시라고 하는 로스앤젤리스의 오렌지카운티에 머물게 되었다. 그때가 5월이었는데 우리나라의 이른 여름 날씨와 같았다. 주일이 되었다. 수정교회의 아침 예배시간을 미리 알아내 시간에 맞춰 수정교회를 찾아갔는데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수정교회는 1955년 로버트 슐러(Roberth Schuller) 목사에 의해 야외극장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이후 크게 성장해 매년 개최하는 목회자 컨퍼런스와 함께 전 세계를 대상으로 TV를 통해 목회하는 대표적인 미국 교회 중 하나다. 교회 경내에서도 셔틀버스가 다닐 정도로 넓고 세계 최대의 파이프오르간과 유리로 지어진 아름다운 메가처치 교회라 한국에서도 방송에 자주 나온 굉장히 유명한 교회다.

 

멀리서도 우뚝 세워진 유리 교회당 건물이 보였다. 모처럼 이런 웅장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니 은혜롭기보다는 신비롭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왠지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 성도들의 모습은 밝지가 못했고 많은 회중들 중에 관광객이 많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 주일에 우리는 새들백교회(Saddleback Church)를 방문하게 되었다. 남가주에 있는 이 교회는 우리가 갔을 때만 해도 한국에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교회였다. 그후 <새들백교회 이야기(The Purpose Driven Church)>, <목적이 이끄는 삶(The Purpose Driven Life)> 등의 저자로 알려진 릭 워랜(Rick Warren) 목사가 1980년도에 개척하여 담임하게 됨으로써 그야말로 ‘목적이 분명한’ 교회로 잘 알려지게 됐다.

 

교회 근처에 갔을 때 교회당 안에서는 찬양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입구에서부터 젊은 안내원들이 바쁘게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밝은 웃음으로 안내했다. 마치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 기뻐 반가워하는 표정의 인사가 처음 오는 우리에게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가벼운 얼굴 표정만이 아닌 진심으로 환영하는 마음으로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교회당 쪽으로 가는데 교회 마당에 흰 돔 형식의 대형 천막 몇 동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어린이들이 찬송을 부르는 소리도 들렸는데 아마도 교회학교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것 같았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예배당 건물은 무슨 창고 같기도 하고 큰 공장 같기도 한 그런 건물이었다. 예배실 바닥도 그냥 흑 바닥 같았고 앞쪽에는 벌써 가득 차서 경사가 져 중층처럼 만들어진 위층으로 올라가니 흙바닥에 말뚝을 박고 그 위에다 송판을 얹어놓은 그런 간이의자였다. 물론 등받이도 없다. 모든 회중들이 일어서서 두 손을 높이 들고 찬양하는 가운데 우리 일행은 의자에 앉아 잠시 기도하고 회중과 함께 일어나서 황홀한 마음으로 앞의 강단을 바라보았다.

 

앞 강단에는 7~8명 정도 되는 사람들 중에 기타를 치는 사람과 싱어들이 찬양을 했다. 나는 모르는 찬양이니 속으로만 찬양하며 손뼉을 치며 사방을 두리번 둘러보니 거의 젊은 사람들이었다. 찬양소리도 힘차고 두 손을 높이 든 그 젊은 예배자들의 모습이 얼마나 귀하게 보이는지 몰랐다. 내 마음속에는 ‘그래 이게 진정한 예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몸과 마음을 다해서 찬양하는 그 자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치 예수님을 만나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아었다.

 

나는 며칠 전에 하와이에서 우리나라의 옛 배우 조미령 씨가 운영하는 카메라 상점에서 조미령 씨에게 직접 구입한 카메라를 꺼내 강단을 향해 라이트를 터트리며 몇 카트 찍었다. 나 혼자만 이 모습을 보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예배시간에 라이트를 터트리며 사진 찍는 것이 실례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우리가 도착해서도 20여 분 가까이가 지나도록 두 손을 높이 들고 기뻐 찬양을 하더니 멈추고 한 사람이 나와 기도하고, 다른 예배위원이 나와서 성경을 읽고, 반소매의 컬러 남방을 입은 릭 워렌(Rick Warren) 목사가 성경을 들고 나와서 설교를 시작했다.

 

앞에는 강대상도 의자도 없고 그냥 설교자가 성경을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설교를 했다. 회중석의 예배자들은 가끔 웃기도 하고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설교 내용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날 주보에 실린 설교 요약본을 보고 대강 짐작되기는 젊은 부부의 갈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렇게 20분쯤 지났을까 설교자가 퇴장하더니 두 젊은 남녀가 의자 하나를 들고 강단 중간에 와서 여자는 의자에 앉고 남자는 서서 둘이 무엇이라 대화를 나눴다.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는데 처음에는 격한 소리까지 나더니 점점 대화를 하는 가운데 화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설교 내용에 합한 예화를 꽁트 식으로 드라마화한 것 같았다. 짧은 드라마가 끝나자 회중들은 박수를 치면서 서로 마주보면서 즐거워했다. 그러더니 다시 설교자가 나와서 5분 정도 결론적인 설교 마무리를 하고 간단히 기도한 후 모두 일어서서 찬양을 하고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그렇게 감동적인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뒤에서는 찬양이 계속 울려 나왔고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성도들의 모습은 마치 하나님을 만난 사람처럼 기쁨이 충만해 보였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성도들에게 밀리듯이 나오면서 ‘오늘이야말로 참 예배다운 예배를 드렸다’는 생각을 하며 우리의 예배가 이렇게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꿈을 그리면서 교회당을 뒤로 하고 나왔다.

 

“하나님께서는 영이시기 때문에 하나님께 예배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영과 진리로 예배해야만 하오.”(요한복음 3장 2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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