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이야기10

▲은유 작가
▲태 켈러 작가

꿈틀책방이 5주년을 맞이한 지난달에는 특별한 행사가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하나는 은유 작가님의 ‘시로 시작하는 글쓰기’에 관한 특강이었고, 다른 하나는 태 켈러(Tae Keller) 작가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둘 다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은유 작가님의 경우 대면 행사로 계획했다가 코로나 방역 4단계로 인해 줌 강의로 전환한 것이고, 태 켈러 작가님의 경우 해외에 있으니 당연히 줌으로만 만날 수 있는 것이었죠. 코로나 ‘때문에’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과, 코로나 ‘덕분에’ 이전에는 어려웠던 일이 가능케 되는 놀라움을 동시에 경험한 셈입니다.

 

비대면으로 전환하긴 했지만, 은유 작가님은 코로나와 폭염에도 불구하고 책방에 와 주셨어요. 독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 독자들이 동네책방에 예약주문한 책들에 정성껏 사인을 했고, 책방지기와 책방을 응원하며 작가님이 읽고 싶은 책 한 권과 선물하고 싶은 책 두 권을 구입하셨습니다. 작가님이 읽으려고 산 책은 평소 관심 있던 김응교 시인의 신간 <시네마 에피파니>(새물결플러스)였고, 너무 좋은 책이라며 선물용으로 구입하신 책은 <밤이 선생이다>(황현산, 난다)와 <살림비용>(데버라 리비, 플레이타임)입니다.

 

물론 이날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은유 작가님의 첫 산문집 <올드걸의 시집>(서해문집)과 신간 <있지만 없는 아이들>(창비)입니다. <올드걸의 시집>은 2012년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후 독자들의 꾸준한 복간 요청에 힘입어 지난해 다시 태어난 책이에요. 마흔여덟 편의 시에 기대어‘고통과 폐허의 자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법’을 배워 나간 저자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 이야기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전작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 이은, 우리 사회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은유 작가님은 각각의 저서마다 다른 문구로 사인을 해 주시는데요, 이 책에는 ‘먼 이웃을 사랑하라’고 써 주셨어요. 취향껏 읽는 것이 책이라지만, 이 책은 가능한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뉴베리상 수상작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When You Trap a Tiger>(돌베개)을 쓴 태 켈러 작가님 섭외가 확정되던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한국의 동네책방에서 해외에 있는 외국인 작가, 그것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상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작가와 라이브 북토크가 가능하게 되었다니요!

 

이 책이 국내에 번역되자마자 번역서와 원서를 동시에 읽는 동안 ‘이 작가는 꼭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의 역사적 배경을 소재로 글을 쓴 여러 한국계 작가들이 있지만, 제가 알기로 ‘한국 옛이야기’에 착안하여 ‘청소년’ 대상 소설을 쓴 ‘젊은 한국계 작가’는 처음이었거든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모험에 뛰어드는 조용한 한국계 미국 소녀와 할머니, 엄마, 언니, 그리고 암컷 호랑이와 해님달님 이야기. 주요 캐릭터와 소재만 봐도 매력적이지 않나요?

 

“I love indie bookstores.”(나는 작은 독립책방을 사랑합니다) 뉴베리상 수상 이후 미국의 학교와 도서관, 대형 출판사와 미디어로부터 섭외 요청이 쏟아지는 와중에 태 켈러 작가님이 한국의 작은 동네책방지기의 메일에 응답한 이유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네책방을 좋아했고, 작가가 되어서는 동네책방과 작가가 서로 지지해줘야 하는 사이임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은유 작가님은 꿈틀책방이 한창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인 2018년에 흔쾌히 김포의 독자들을 만나러 첫 발걸음을 해 주셨지요. 유명하지 않아도, 크지 않아도, 동네책방의 존재 이유를 기억하고 응원해주시는 작가님들, 책방의 오늘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 준 손님들 덕분에 빛나는 7월을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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