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 26

박영준

김포중앙교회 원로목사

신학교 재학시절부터 강의 시간에 교수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교회 성장은 하나님께서 역사하시지만 결코 담임목사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지난날 선배 목사님들 중에 예배당을 건축하고 얼마 있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보았다. 예배당을 새로 건축해 교인들이 많이 모이지만 목사가 교회당 건축하는 일에 전념하다 보니 목사의 영성이 고갈되어 결국은 주어진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고 여기까지 온 것도 오직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어릴 때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기초 공부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기에 신학교 공부하는 동안에도 다른 학우들을 따라가기에 얼마나 힘들었던가. 학창 시절에 허울 좋게 임원이다 간부다 하면서 왔다 갔다 하며 이런저런 활동을 했지만 사실은 속 빈 강정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나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예배당 건축을 하면서 나는 결심했다. ‘힘들더라도 더 폭넓게 배우자. 내가 앞으로 대학교수가 된다거나 특별히 학자로 나갈 것이 아니라면 많은 시간과 재정을 투자해 꼭 정규과정이 아니더라도 관계없고, 그리고 지금은 교회당 건축 중인데 그렇게 시간 내어서 학업을 계속해야 할 형편도 안되니 목회하면서 지금 상황에 맞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생각으로 기도했다.

 

그러다 1995년 봄 친구의 소개로 선배 목사가 미국 하와이 호놀루루(Honolulu)에 있는 인터내셔널 칼리지(International College)와 자매를 맺고 운영하는 홀리웨이 신학연구원에 등록을 하고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2년간을 수강했다. 교수진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연세대학교, 숭실대학교, 협성대학교, 강남대학교 등의 외래 교수들이었다.

 

일 년에 두 차례 미국의 본교 교수께서 하는 한 주간의 집중 강의를 통역을 통해 듣기도 하며 장신대 선배와 후배들을 비롯한 15명의 목사들과 함께 꿈을 키워갔다. 앞으로 새로 건축하는 교회당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능력을 따라 성장하고 부흥하는 교회를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아무리 바빠도 공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동안 서울장신대학교 4년, 장로회신학대학교 2년,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대학원 2년의 학점을 인정받아 2년 동안 수강하고 ‘A Study on Church Through Sprituality movement(영성운동을 통한 교회 성장에 관한 연구)-김포중앙교회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강남대 선우 남 박사의 지도를 받아 작성해 통과했다. 1997년 5월, 원장의 인솔로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본교에 가서 목회학 박사(D. Min) 학위를 받았다.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이신 이승만 박사께서 사시던 주택과 교회당을 방문하면서 이 대통령께서 우리나라 해방을 꿈꾸며 지내시던 흔적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신문이나 라디오를 통해, 그리고 교과서를 통하여 배운 우남 이승만 대통령의 “뭉치면 살고 헤치면 죽는다”고 외치며 우리나라를 세우기 위해 헌신하신 분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하와이의 아름다운 와이키키 해변에서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모두가 꿈에 그리던 그림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그곳까지 가기는 했지만 마음껏 즐길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런 곳에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혹시 언젠가 올지도 모를 그때를 꿈꾸며 눈으로 그리고 마음에 새길 수밖에 없었다. ‘나를 이곳에 보내기 위해 아내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내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우리는 다시 태평양을 건너 미국 본토 휴스턴의 북부에 자리 잡고 있는 그레이스 스쿨 오브 데올로지(Grace School of Theology)와 인디아나주에 있는 헌팅턴 칼리지(Huntington college)에서 한 주간씩 머물며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큰 대학들이 있지만 미국의 대학은 그 넓은 캠퍼스에 건물은 대부분 2층 정도였고, 골프장처럼 엄청나게 넓은 잔디밭 초원이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캠퍼스였다.

 

그곳에서 강의를 듣던 중 쉬는 시간에 교수에게 “우리가 다음 주간에는 캘리포니아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주일예배를 드릴 모범적인 교회를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그 교수는 다시 우리에게 묻기를 “당신들은 어느 교회를 가고 싶으냐”는 것이다. 우리는 “로버트 슐러 목사가 시무하는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를 가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 교수는 의외로 “자기는 그 교회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릭 워렌 목사가 시무하는 새들백교회(Saddleback Church)와 척 스미스 목사가 시무하는 갈보리채플교회(Calvary Church)를 추천하겠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교회는 로버트 슐러 목사가 시무하는 수정교회로만 생각하고 만약 미국에 갈 기회가 있다면 그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겠다고 계획했는데 왜 이 교수는 그렇게 말할까?

 

성경에 “내 말을 듣고 그대로 행하는 사람은 바위 위에 집을 지은 지혜로운 사람과 같다. 비가 내리고 홍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몰아쳐도 그 집은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집은 바위 위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내 말을 듣고도 행하지 않는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세운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비가 내리고 홍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몰아쳤을 때 그 집은 쉽게 무너졌는데 그 무너진 정도가 심하였다.”(마태복음 7장 24-27절)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에서 새롭게 성장하며 부흥하는 교회들을 돌아보며 반석 위에 든든한 교회를 세워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비전을 키우며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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