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천 변호사

법무법인 혜안

법률적 의무나 사회적 관점을 떠나서 노인이나 어린아이, 환자 등과 함께 지내며 이들을 돌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각자의 사생활을 아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인식이 강해졌고, 단독생활이나 핵가족끼리의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부양한다는 것에 대하여 과거보다 훨씬 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는 사실 부모자식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돌봄이 필요한 자신이나 가족을 부양해주는 조건으로 일정한 재산을 증여해주는 부양조건부증여 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자신의 자녀나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양육 또는 관리해주기로 하고, 일정한 재산을 증여해주는 양육조건부증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일정한 재산을 증여받았으면 약속대로 부양이나 양육, 관리를 잘 이행해주어야 하겠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탓에 재산증여를 해주었던 사람이 증여한 재산을 돌려달라고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증여를 받은 사람은 “앞으로 잘 하겠다.”, “이미 받은 것을 다 써버렸다.”, “지금 반환을 해주면 손해가 막심하다.”, “난 할 만큼 하고 있다.” 등의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는 탓에 법적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곤 하므로 이와 관련된 법률적 내용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일반적인 증여계약의 해제가능성

일정한 조건을 단 부담부 증여가 아닌 일반적인 증여계약의 경우 민법 제555조에 따라 서면을 작성하지 않은 증여계약은 언제든지 해제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서면을 작성한 증여라고 하더라도 민법 제557조에 따라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그리고 민법 제556조에서는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도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 여기서 말하는 부양의무는 약정에 의한 부양의무가 아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또는 생계를 같이 하는 친족 간의 부양의무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친족 간이 아닌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한 부양의무는 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또는 생계를 같이 하는 친족 간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에게 증여를 한 것은 부양의무 이행이 없을 시에 해제를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민법 제558조에 따라 ‘이미 이행한 부분’은 해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별도로 사회상규위반, 사기·강박에 의한 계약, 미성년자의 계약 등과 같이 특별히 무효나 취소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증여를 하는 것에 어떠한 조건이 붙어있지 않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증여라면, 위의 사유들이 있어도 이미 준 것은 돌려달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부담부 증여계약의 해제가능성

하지만 재산증여에 대하여 일정한 대가적 조건이 붙은 것과 동일한 부담부 증여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민법 제561조에서는 상대부담있는 증여에 대하여는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고 하고 있다. 즉 물건을 돈을 주고 사고 판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쌍무계약은 민법 제544조에 따라서 당사자 중 일방이 계약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채무불이행’ 사실이 있다면 상대방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양육이나 부양, 관리를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받았음에도 증여를 받은 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증여계약을 해제한 다음, 증여한 재산들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것이며, 손해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실무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부분은 양육이나 부양, 관리를 완전히 이행하지 않은 것이 아닌, 부족하게 혹은 불만족스럽게 이행을 한 탓에 이를 해제가 가능한 채무불이행에 해당할지 아니면 민법 제390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만을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다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법리로 접근을 해야 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문의 법무법인혜안 최병천변호사 dustin200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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