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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게임의 다양성과 공통성

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탈도 많고 말도 많던 하계 올림픽 게임이 1년 연기되어 마침내 도쿄에서 개막되었다. 각국은 자기 선수들을 통해 국가 홍보에 열을 올린다. 이번 32회 여름 올림픽에는 33개 종목에 324개의 메달을 놓고 겨룬다. 비록 전혀 다른 종목을 펼쳐 놓지만 겨루는 선수들이 쏟은 땀과 투지와 집중력은 똑같다고 평가하여 메달을 수여하고, 메달의 수와 색깔로 각 나라의 순위를 결정하고, 이를 기린다.

올림픽 선수의 양성 과정을 두고 어둡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젊은이들을 점수 기계로 만들려고 동물처럼 혹사하는 일이 과연 인간다운 것이냐는 신체적인 비판에서부터 엘리트 스포츠화의 일탈과 몸 상품화의 기형적 왜곡과 같은 사회적 병리 현상에 이르는 많은 부정적 견해들이 끊임없이 제시된다. 그런데도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입을 헤 벌리고 선수들의 동작에 눈을 고정시켜 열광적으로 응원하며 결과에 일희일비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올림픽 경기에 사람들을 이같이 몰입하게 만드는가?

우선 선수들이 벌이는 게임의 동작들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이것은 동·하계 올림픽에 이어서 열리는 패러(장애우)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일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그 강도가 훨씬 심하다. 동료들이 할 수 있는 정도로는 싱거워서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선수들은 4년 이상의 시간을 오로지 이 순간을 위해 생각과 몸을 다부지게 하나로 묶어 갈아 왔다. 이 정성을 알기에 관중은 실수하는 선수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집중된 훈련 끝에 뿜어내는 신체의 초인적 동작은 우리를 황홀하게 만든다. 이 황홀경 앞에서 부정적 생각들은 실종되고 전율만 남는다.

올림픽에 열광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불과 2주간 만에 온갖 경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윔블던 테니스 경기나 미국 프로 골프 혹은 유럽축구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이는 별들의 잔치라도 일부 애호가 관중만의 흥밋거리이다. 동시에 그것은 인기가 많은 스포츠 행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림픽 경기는 비인기 종목이 포함된 모든 선수의 잔치에 해당한다. 심지어 저것에 관련한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에 대해 의심이 가는 종목도 재미를 이끈다. 이런 점에서 올림픽 경기는 민주주의의 행사라는 균형감이 느껴지는 경기이어서 관중은 온갖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덧붙여 관중은 자기 나라의 특기 운동을 집중적으로 응원하며 일체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열광의 또 다른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어저께 요지부동하는 양궁의 왕국임을 새삼 확인하고 온 국민은 자부심을 든든히 했다. 이런 결과를 거둔 데는 특혜 없는 양궁협회의 운영방식이 기여했음을 새삼 확인하는 보람도 있었다. 그래서 올림픽이나 세계축구 경기는 안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밖으로는 일체감을 표현하는 국가 간 전쟁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중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근원적 배경은 경기 운영의 투명성에 있다. ‘이것은 동네 축구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축구를 하기는 하는데, 친선에 목적이 있어서 규칙은 지키지 않는 축구, 시간 보내기 축구를 말한다. 한 때 ‘태권도 축구’도 있었고, 중동 선수들의 축구를 ‘침대 축구’라고 조롱도 했다. 이 모든 사례는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기의 다른 표현들이다. 올림픽에서는 약물복용을 비롯한 어떤 규칙 위반의 경우 어떤 선수도 그 탁월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반대로, 아무리 아름다운 경기를 펼치더라도 주어진 조건과 시간 안에서 수준을 달성하지 않은 선수에게는 메달을 수여하지 않는다. 이런 철저한 객관성과 그 운영을 바탕으로 올림픽은 인간성취의 아름다움을 기리며 즐기는 축제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올림픽은 아무리 주관적인 인간의 정서도 그 객관성을 지니는 모습으로 연출될 때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술의 제전이다.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의 평상의 삶도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이루어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는 인류의 축제이다.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면서 경기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즐기는 동시에 삶의 다양성과 그것을 떠받치는 규칙을 음미하여 삶의 품격을 높이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신상형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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