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화
시향 시낭송아카데미 회원

1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이만큼 사랑받은 소설 속 주인공이 또 있을까? 현재까지도 소설 <빨강머리 앤>은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뮤지컬로 재탄생되고 있으며, 50개국 이상 번역되어 5,00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주로 아동용으로 나온 번역본으로 인해서, 대개 아동문학으로 인식되지만, 원본은 성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 작품이라고 한다. 소설에서 앤의 삶이 전근대적인 여성의 생활로 보이지만, 여성성에 충실하면서도 남성에게는 꽤 독립적인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데, 내가 책을 펴고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유도 아마 ‘앤’이라는 인물이 지닌 매력적인 힘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정말로 행복이란, 2020년 초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라는 재난을 겪으면서 소설 속 주인공 ‘앤’의 말처럼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이라는 것을 일상의 고요함과 평온이 얼마나 소중했었는지를 새삼 더욱 깨닫게 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 한 이 재난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막연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과 감기처럼 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는 이후의 상황까지 생각하면 슬픈 현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고난 속에서도 늘 다시 일어나 새 역사를 만들어왔던 대한민국 국민이다. 나 또한, 독실한 불교신자로서 어떤 일이 있어도 믿음이라는 힘과 긍정의 에너지로 소박함 속에서 나름대로 ‘행복’을 느껴왔듯이 말이다. ‘행복’은 멋지고 놀라운 것이 아니라 소박함과 자잘한 기쁨을 귀하게 여기는 데에서 ‘행복’은 머물러 줄 것이다. 코로나19 속에서도 평온하고자 노력하는 평범한 이들의 위대한 힘처럼.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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