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김포, 김포형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_1 김포 도시재생사업 현황 진단

도시가 성장하면 반드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낡은 도시를 모두 없애고 다시 짓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느리지만 생활 터전과 공동체를 유지하며 활력 잃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재생’은 힘들지만 의미 있다. 도시재생 초기단계인 김포.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편집자 주>

1. 김포 도시재생사업 현황 진단

2. 도시재생사업, 무엇이 중요한가?

3.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을 묻다

4. 사례에서 배우기① 주민 의지의 중요성

5. 사례에서 배우기② 주민협의체의 적극성

6. 사례에서 배우기③ 유관기관과의 협력

7. 사례에서 배우기④ 거버넌스의 힘

8. 사례에서 배우기⑤ 독창적 아이디어가 답

9. 사례에서 배우기⑥ 서울가꿈주택사업

10. 사례에서 배우기⑦ 성공 전제는 골목상권 활성화

11. 사례에서 배우기⑧ 사업 지속성의 문제

12. 주민, 행정, 전문가가 말하는 김포 도시재생 방향

▲김포 도시재생 전략구상

지난 5월 말 김포시는 경기도 도시재생과로부터 2021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이후 뉴딜사업) 서면평가에서 부적격 처리되었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1년 넘게 준비해 지원한 ‘양촌읍 활성화계획’이 사전적격성 검증결과 부지확보 최저점수 24점을 획득하지 못해 현장실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로써 국비지원액 72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

 

부지확보 점수는 뉴딜사업에서 올해 신설된 점수로 도시재생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 기본 조건임과 동시에 지자체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했다. 경기도 재생사업팀장은 “부지확보는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며 “도시재생사업 진행 시 필요한 앵커시설이나 주민공동시설 등 기반시설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토지나 건물 확보가 필요하므로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뉴딜사업이 진행되는 사업지에서 부지를 확보하지 않은 채 활성화계획을 실행하다 4년 사업 기간의 반 이상을 부지확보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상지가 사유지일 경우 도시재생사업지로 선정된 후 가격상승 기대감에 매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뉴딜사업을 진행하며 부지확보 어려움에 지지부진하는 수없이 많은 사업지를 목도했고 부지확보가 그만큼 중요한 사안임을 인식, 평가기준 점수에 넣게 됐다. 이에 경기도는 9개 시에서 제출한 뉴딜사업 제안서를 검토해 부지확보가 안 된 김포와 하남, 포천을 부적격 처리한 것이다.

 

부지 미확보로 부적격 판정... 실현 가능성 판단 기준

김포시 도시재생팀이 부지확보 점수에 대해 인지한 것은 지난해 말경. 최태수 도시재생팀장은 “활성화계획을 준비하며 부지확보 점수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활성화 지역 내에 국공유지가 없어 확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중순 열린 ‘양촌읍 도시재생활성화계획 공청회’에서 권순형 전 경기도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활성화계획에 대한 보완점을 언급하며 “토지확보 관련 협약서나 집수리사업 주민 자부담 동의서가 첨부되지 않으면 뉴딜사업에 선정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뉴딜사업 신청 한 달여를 남겨둔 시점에서 이를 풀어낼 방법이 쉽지 않았기에 부적격처리는 예상된 결과였다.

 

결국 2018년 11월 김포시 도시재생전략계획 수립 착수로 시작해, 2019년 12월 주민공청회, 2020년 시의회 의견청취, 김포시도시계획위원회 자문, 도시재생지원센터 설치, 전략계획 수립 및 경기도 도시재생심의위원회 심의·승인, 2021년 양촌읍 도시재생 활성화계획 공청회 등 2년 넘게 준비해 지원한 ‘양촌읍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이 뉴딜사업에 선정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도시재생사업은 ‘재생’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죽어가는 도시를 다시 살려내는’ 사업이다. 법적 정의는 ‘도시가 형성된 이후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한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 창출과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또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중요 국정과제로 정한 하나로 ‘주민주도 도시재생’을 추구하며 전국의 낙후지역 500곳을 5년 동안 총 50조 원을 투입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2018년 99곳, 2019년 76곳, 2020년 23곳, 2021년 1차 13곳이 뉴딜사업지로 선정돼 진행 중이다.

 

2000년대 초반 쇠퇴해가는 구도시를 살리기 위해 시행된 도시정비사업은 사업 후 주택가격 상승과 거주비 부담으로 원주민 재정착이 어렵고, 수익성 위주 사업으로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며, 공동체 붕괴로 인한 사회문제 야기로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다. 급기야 많은 도시에서 재정비촉진사업 지구지정 취소가 이어졌다. 김포 양곡지구도 2011년 6월 주민투표에 의해 지구지정이 취소됐다.

 

김포는 2000년대 이후 수도권의 인구증가와 서울과 인접한 입지적 요인으로 많은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됐다. 현재도 김포골드라인 역세권을 중심으로 활발한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한강신도시, 한강시네폴리스 개발사업이 추진되며 기존 도심과 부도심 모두 상대적으로 쇠퇴를 보이고 있다.

▲양촌읍 활성화계획 기본 구상

상대적 쇠퇴도 높은 양촌, 통진 활성화지역 선정

이에 김포시는 ‘균형발전도시 김포’를 도시재생 비전으로 정하고 공간, 시간, 산업, 문화, 이미지의 균형발전을 목표로 재생방향을 수립했다. 이를 근거로 북부, 중부, 남부 3권역별 구상과 세부전략을 마련했다. 이후 김포시 13개 읍면동에 집계구 쇠퇴분석을 진행해 양촌읍과 통진읍이 기준(인구, 산업, 환경 쇠퇴지표 충족)을 통과, 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됐다. 우선순위 평가에서는 ‘주민추진 의지’, ‘도시재생 파급효과’ 항목에서 15점이 앞선 양촌이 1순위에 선정돼 지난해 활성화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뉴딜사업에 공모한 것이다.

 

양촌은 주거와 상업시설이 밀집한 지역으로 재정비촉진사업에 지정될 만큼 저층 주거지의 쇠퇴가 두드러진 곳이다. 예전 김포 중부권역의 원도심으로 기능했으나 신도심 개발로 상권이 축소되고 인구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양촌읍은 신도심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후화된 주거지역과 골목상권을 정비해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일반근린재생’ 활성화계획을 세웠다.

▲양촌읍 활성화계획 대상지 중 하나인 청암상가. 건물은 노후됐고 상가는 활기를 잃은 듯 고요하다.

양곡 도시재생 주민의지 높아... 예비사업으로 경험 축적

신남철 도시재생주민협의체 회장은 “김포 도시재생은 양곡번영회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개발이 무산되면서 양곡번영회를 중심으로 양곡시장상인회, 장터상인회, 청암상가상인회 등에 주민자치회까지 참여해 도시재생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상권이 살아야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찾아오며 활성화될 거라 생각해 정기적으로 회의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했다”며 “도시재생대학을 통해 도시재생 공부도 해 주민들의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김포시가 정보가 너무 늦어 안타깝다. 심사기준을 미리 알았더라면 시에서 적절하게 토지를 확보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내년에 다시 준비해 도전할 거고 올해 진행되는 예비사업을 통해 배우는 게 많아 더 좋은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고 본다”며 희망을 전했다.

 

양촌읍 주민협의체는 지난해 5월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설치되며 양촌읍에서 필요한 활성화계획이 무엇인지 수없이 토의하고 의논해 주민의견을 반영한 활성화계획을 세웠다. 또한 뉴딜사업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국토부 예비사업에 선정돼 올해 도비 1억, 시비 1억 총 2억 원 규모의 예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딜사업 선정에 실패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도시재생 전략 차원에서 도시재생사업은 쭉 가야할 길”이라고 말하는 최태수 팀장은 “이번에 지원한 양촌읍 활성화계획은 전체 예산이 250억에 이른다. 이중 국비 지원액이 100억에서 80억으로 줄었다 마지막에 72억이 됐다. 이 72억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지 전체 사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재생사업은 시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섣불리 서둘러 시작하면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재생은 단숨에 이뤄지는 사업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도시재생의 기본이 되는 지역주민의 역량강화, 활동가 양성”이라고 강조하는 최 팀장. 하지만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지난해 부임한 도시재생센터장이 1년 만에 그만둬 현재 코디네이터 1명과 인턴 직원 1명이 센터를 끌어가고 있다. 센터가 제대로 조직을 갖추려면 센터장, 사무국장, 코디네이터 2명으로 구성돼야 함에도 1년 넘게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센터장이 공석인 관계로 계획된 도시재생대학 심화과정, 아이디어 공모전은 줄줄이 하반기로 미뤄지고 있다.

 

김포는 올해 뉴딜사업 선정에 실패했지만 이제 길고 긴 도시새생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가 이전 도시재생사업과 뉴딜사업을 경험한 바 선례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무엇보다 시가 자체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도시재생사업의 지속을 위해 도시재생지원센터부터 제대로 구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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