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라현자
샅샅이 짓밟히고 오롯이 감당하다
캄캄한 방구석에 웅크린 작은 새
속속히 무리 속에서 따돌려진 그 이름
왜 나여야만 하나요 신을 향해 울어 봐도
영혼을 옭아매듯 밤 그림자 쫓아오네
기억 속 고통의 바다 너무 깊고 아득해
때린 놈 다리만 잘 뻗고 자는 세상
철없을 때 그렇지 뭐 새털 같은 그런 말들
정수리 욱신거리는 주홍 글씨 피멍울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 사하여주듯
하늘 계신 아버지께 비는 용서 간곡하다
바라본 캄캄한 하늘 별도 달도 찬연해
시감상
때때로 나 혼자 감당해야 할 무게가 너무 무거울 때가 있다. 괜한 하소연도 해 보고 어쩌다 허공에 주먹질도 해 본다. 응답 없는 것을 알면서도 기도를 한다는 것. 그러다 지친 날 하늘 한 번 보자. 넓고 푸른 하늘은 그 아래 모든 군상과 일상을 포용한 채 늘 빙그레 웃고 있다. 때론 억울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삶이라는 하늘이다. 내가 하늘이 되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을 때, 내가 나를 용서하는 것이다. 거기서 출발하면 하늘이 무한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용서는 가장 큰 사랑의 실천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2019년 (시조사랑, 시조)등단
2020년 (조선문학, 시) 등단
시조집 <갯메꽃>
한국시조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