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박후기

 

늦은 밤

눈 내리는 포장마차에 앉아

국수를 말아 먹는다

국수와 내가

한 국자

뜨거운 국물로

언 몸을 녹인다

얼어붙은 탁자 위에서

주르륵

국수 그릇이 미끄러지고,

멸칫국물보다

싱거운 내가

나무젓가락의 가랑이를 벌리며

승자 없는 싸움의

옆자리에 앉아 있다

부침개처럼

술판이 뒤집어진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막차가 도착하기 전

미혹에 걸려 넘어진 마음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시 감상]

지금은 많이 사라진 풍경이다. 포장마차. 먹장어 굽는 냄새와 가락국수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돌이켜보면 일종의 낭만 같은, 포장마차를 내 집처럼 드나들던 실종된 그리움이 확 다가올 때가 있다. 본문의 말처럼 승자 없는 싸움을 하다, 미혹에 걸린 채 낯선 방언을 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함박눈이라도 소담스럽게 내리면 왜 그리 눈물이 났던지? 골목 한 귀퉁이 포장마차와 싸구려 소주 한 잔, 내게서 사라진 이름들이 유독 그리운 날이다. 멸칫국물에 국수 한 그릇. 충분했는데...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박후기 : 경기 평택, 서울예대 문창과, 시집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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