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초 박정미 영양선생님

한국의 기후가 많이 변했습니다. 예전에 선생님이 학교에 다닐 때 지리 시간에 배웠던 한국의 기후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철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많으며 겨울철에는 삼한사온이 특징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엔 봄에도 비가 많이 옵니다. 때 이른 더위와 한 겨울에도 많이 춥지 않고 또 어떤 때는 계속 추워서 급식실도 겨울에 꽁꽁 얼기도 합니다.

작년에 급식 운영이 무척 힘들었던 것은 코로나로 인한 것도 있지만 날씨의 영향도 무척 컸습니다. 작년 여름에 날씨가 시원했고 추수하는 시기에 강수량이 많고, 태풍이 많아서 농작물 재배에 큰 타격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어릴 때는 사과가 서민 과일이었습니다. 근데 이제는 사과가 무척 비싼 과일이 되었습니다. 사과는 일교차가 뚜렷하고 일조량이 좋아야 잘 자라는데 강수량이 많고 수확하는 시기에 날씨가 안 받쳐주면 재배가 힘이 든다고 합니다. 예전엔 사과가 거의 경상도 지방에서 재배가 되었는데 요즘엔 경기도 북부지역에서 재배한 사과도 학교급식에 들어옵니다. 기후의 변화로 주산지도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참깨, 들깨, 고추 농사가 흉작이어서 작년 겨울방학을 한 달여 앞두고 참기름, 참깨, 들기름, 들깨, 고춧가루 등을 납품받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을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참깨와 들깨의 농사가 되지 않아서 국내산 참깨(참기름)와 들깨(들기름)가 정말 귀해졌습니다. 가격은 2배 이상 오른 것 같습니다.

또 오이는 봄철에 너무 가물거나 일조량이 세면 파란색 끝부분이 쓴맛이 납니다. 예전에 오이무침을 해서 배식을 해야 하는데 검식을 하니 오이가 쓴맛이 나서 그 많은 오이무침을 폐기했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채소에서 나는 쓴맛은 식물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물질입니다.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라고 합니다. 날씨가 무척 덥고 일조량이 지나치게 강하면 식물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해내는 물질이지요. 사실 그 쓴맛 나고, 선명한 채소 고유의 색깔, 향기에는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좋은 성분들이 다양합니다. 그런데 채소의 쓴맛을 우리 학생들은 싫어하지요? 지나치게 쓴 오이는 혀가 아리도록 쓴맛이 납니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그 쓴맛이 나는 오이를 학생들에게 먹으라고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을 겪고 나서는 오이 검 수시에는 꼭 파란색 끝부분을 먹어봅니다.

또 봄철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엽채류에 진딧물이 문제입니다. 학교급식은 주어진 예산 범위 안에서 최대한 양질의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데요. 우리 학교급식은 직영급식으로 운영하기에 이윤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농산물, 무항생제 육류, 전통식품 인증 장류, 국내산 농산물 등의 우수한 식재료를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시기의 얼갈이, 아욱 등에는 특히 많은 벌레들이 있습니다. 친환경농산물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기 때문에 벌레가 파먹고, 남은 것을 먹는 것이 사실 친환경농산물입니다.

아욱국을 봄에 끓였다가 아욱 대 속에서 작은 벌레가 계속 나와서 고생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단체급식에서 친환경농산물을 급식에 사용한다는 것은 좀 아이러니 합니다. 사람 몸에는 농약을 안친 채소류가 훨씬 영양가도 풍부하고 우리 건강에 좋지만, 벌레가 나오는 식단을 보게 되면 우리 학생들은 기절할 듯이 놀라기 때문입니다. 저희 학교에도 봄철에 아욱국에 벌레가 나와서 학부모님의 클레임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욱은 특히 겉에 벌레가 보이지 않아도 줄기 대 사이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그 부분에 작은 벌레(초파리 모양의 작은 벌레)들이 많이 숨어 있습니다. 검수할 때 채소류, 특히 엽채류는 벌레가 많은지를 꼭 조리사님들과 꼼꼼히 확인합니다. 아무리 친환경농산물이어도 전처리 과정에서 벌레가 제거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판별하여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친환경농산물이 몸에 좋은 건 알아도 과감히 반품하고 일반농산물로 대체합니다.

*친환경농산물인 청경채를 제공한 학교급식 사진 : 청경채 등 친환경 엽채류에는 특히 벌레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검수 시 벌레 유무를 최대한 꼼꼼하게 확인한다. 7-8번씩 세척을 해도 벌레가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전처리 과정을 통해 벌레 제거가 어렵다면 친환경농산물이 아무리 좋더라도 과감히 반품을 하고 일반 농산물로 교체하여 급식을 제공한다.

또 공산품 업체가 달마다 바뀌게 되는데 어떤 업체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학교급식의 맛과 품질이 달라지게 됩니다. 어떤 업체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품질의 식재료를 최대한 성심성의껏 납품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간혹 어떤 업체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품질의 식재료를 다른 업체 것으로, 비슷한 사양의 것으로 변경하여 납품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급식의 맛과 질이 확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학교급식은 달마다 납품업체를 계약을 하는데 계약 금액이 크게 되면 학교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입찰의 방식을 하게 되어 싸게 견적을 제출한 업체와 계약을 하기 때문에 간혹 업체에서 무리하게 계약을 해놓고 사양을 바꾸는 등의 꼼수를 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업체를 만나게 되면 한 달간 검수 시간마다 엄청난 긴장을 하고 업체와 신경전을 부리며 반품, 재납품, 급식 지연의 과정을 겪기에 어떤 업체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학교급식이 좌지우지될 수 있습니다.

또 멜론, 키위 등은 후숙 과일입니다. 재배 후에 숙성과정을 거쳐서 먹어야 맛이 좋은 과일을 후숙 과일이라고 합니다. 학교급식에 이런 과일을 제공하게 될 때 적당하게 익어서 들어와야 당도도 높고 질감도 좋은데 과일의 수확 시기가 늦어져서 후숙이 덜 되었다거나 하면 당도가 좋지 않은 과일을 제공해야 합니다.

*멜론을 제공한 학교급식 사진 : 학생들은 참외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멜론은 무척 좋아한다. 멜론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최근에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당도가 떨어지는 멜론이 들어와서 반품하고 새로 받아서 어렵게 급식을 제공했던 경우가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이렇게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 먹는 것에 대한 감사를 잊으면 안 된다.

또 급식 조리중 간혹 조리 기기가 고장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븐에 조리하여야 하는데 멀쩡하던 오븐이 작동을 멈춘다든지, 밥솥이 고장 난다든지...

20여 년 전에는 한 학년 마지막 급식 날(2월)에 학교급식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다른 학교에 가서 밥을 지어서 제공한 적도 있었습니다. (인근 학교가 그날 졸업식이 있어서 급식을 제공하지 않아서 가능했었습니다) 학교급식에 물이 안 나와서 (그 지역 상수도관 파열) 학교 인근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연락 후 가서 쌀과 채소류를 씻어 와서 급식을 한 적도 있었고 작은 학교에 있을 때는 물을 길어다가 급식을 제공하기도 했고 상수도 급수차를 부른 적도 있었습니다. 참 옛날이야기 같지요? 불과 2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이렇게 갑자기 기계가 고장 나면 급식의 메뉴를 바꾼다든지(오븐 조리였다면 볶음으로 변경) 해서 제공하게 됩니다. 학교급식은 날씨, 학교 여건, 조리 시설 및 환경, 납품업체, 식재료의 품질, 인적 구성 및 조직에 의해 관리하여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항상 제 머릿속으로 ‘이런 급식을 해야지’ 하고 준비했어도 그 뜻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급식은 항상 긴장감을 늦출 수 없습니다.

학교급식은 이행해야 하는 관련 법들이 무척 많이 있습니다. 학교급식법, 식품위생법, 초중등교육법, 국민영양관리법, 식생활교육지원법,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폐기물 관리법,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축산물 위생관리법, 식품산업진흥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제가 아는 것만 해도 이렇고 이 외에도 더 있을 것입니다. 관련 법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업무량이 방대하다는 것입니다. 이 많은 업무를 단순화해서 우리 학생들 영양관리와 급식 운영에 올인하여 이렇게 다양한 급식 과정의 변수를 줄일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과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급식은 비록 영양 선생님들의 뜻과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목적과 방향성은 항상 우리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돕고, 건강을 추구하며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우리 학생들에게 올바른 식생활을 가르치며 학교생활의 활력을 주는 것에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며 하루하루의 급식 운영을 소중히 이어갑니다. 오늘도 힘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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