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지금 한국 사회는 한 젊은 정치인의 출현에 열광하고 있다. 그의 활동에 모든 언론은 스포트라이트를 맞추어 파격적인 행보를 대서특필한다. 사실 이준석의 활동은 신선할 뿐 아니라, 기존의 정치인들과는 구별되는 정치감각을 드러내고 있고,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 바람직한 모델이라 여겨진다.

그로 인해 며칠 사이에 정치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조짐까지 보인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것은 그간 사람들이 보였던 정치 혐오를 반전시킬뿐더러 많은 똑똑한 젊은이들을 정치 현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 대표가 지하철과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다고 난리들이다. 서민의 일상을 공유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그 자체로서 파격이고 신선하다. 서유럽에서처럼 이런 정치인 행보가 더는 파격이 아닌 날이 도래하기를 고대한다. 이 작은 변화는 그의 말 대로 세상을 바꾸는 변화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나아가 기존 정치적 틀에 잠재된 관성과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면, 이 작은 변화는 사회를 살만한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변화가 거기서 그칠까 걱정된다. 현 정부의 청와대 참모들도 초기에는 노타이 와이셔츠에 텀블러 커피잔을 들고 산책으로 시작했다. 하나 그게 전부였다. 연출과 변화의 행동 사이는 거리가 멀다. 

변화를 이루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우선 변화를 이루기 위해 치열한 공부를 해야 한다. 우선, 사회적 변화의 핵심은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분 하는것이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자조적이다. 모든 말은 비틀고, 자랑에는 익숙해도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마뜩잖게 생각다. 거꾸로, 나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하는 상대는 떠받들고, 간을 빼줄 듯이 상대하는 허약한 품격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 손님에게는 지나치게 친절하고,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폄훼하는 것을 다반사로 한다. 훈장과 공적 수상을 드러내는 일에는 필요 이상으로 부끄러워한다. 이 모든 일은 권위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아 나타나는 기현상이다. 이유는 기성세대가 관성으로 공유하는, 이제는 털어버려야 할 자기 콤플렉스 때문인 듯하다.

관성을 깬다는 것은 적폐를 깬다는 말과 같은 일면적 뜻이 아니다. 물리학에서 관성은 모든 물체가 기존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을 말한다. 움직이는 물체는 움직임을 계속하려고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한다는 운동의 양면적 원리이다.

잘못된 움직임은 정지시켜야 하지만 잘된 움직임은 계속되어야 마땅 하다. 권위를 가진 잘된 제도나 틀은 유지해야 하고, 권위주의로 포장 잘못된 제도나 습관들은 뜯어고쳐야 한다. 그리고 권위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도록 새 틀을 만들어야 사회는 잘 돌아 간다. 

권위는 개인, 조직, 관념이 사회 안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그 구성원들에게 널리 인정되는 영향력을 가질 때 생겨난다. 반면에 권위주의는 이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포장하는 조직이나 개념의 위력을 의미한다.

권위는 어떤 활동의 결과로 주어지나, 권위주의는 그 효력을 위해 행사하는 수단으로 동원되는 것이다. 정치에서 권위와 권위주의 여부는 대립하는 사람들의 갈등을 원만하게 화해시키는 가에 따라 판명된다. 

젊은 지도자의 정치 실험이 한국 사회의 화해를 목표로 현행 제도 속에서 권위주의를 걷어내고, 권위를 세우는 일을 해간다면, 우리 사회는 낡은 관성을 깨고 새로운 관성을 정립시킬 것 이다. 

권위는 정치, 사회, 과학에서 모두 다르게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권위를 회복하거나 세우려면 그 맥락과 의미를 충실히 아는 전문가들의 경험과 식견을 따르는 겸손에서 생겨난다. 권위 대신 권위주의가 자리 잡고 잘못된 관행을 만드는 것은 비전문가들이 자신 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른 지식과 안목을 갖춘 전문가를 존중하면서 권위는 세우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제 우리는 불어닥친 정치적 새바람이 사회 곳곳의 권위를 튼실하게 세우도록 지켜 봐야 한다. 동시에 이런 일이 이루어 지도록 여야를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 로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애국심도 발휘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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