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번째, <장발장>

박수영 딥인더북 독서모임 회원

아픈 누이와 어린아이들이 먹을 빵 하나를 훔친 죄로 5년 형을 선고받은 장발장은 탈옥을 시도하다 복역기간이 19년으로 늘어난다. 복역 후 출소한 장발장을 받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노란 통행증을 본 사람들은 급히 문을 닫아 장발장을 향한 사회가 더욱 냉혹함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들어간 집에는 신부님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거절당한 장발장은 퉁명스럽게 노란 통행증을 내밀며 하룻밤 묵어가겠다고 한다. 오늘 출소한 흉악한 범죄자라 쓰여있는 노란 통행증을 보고도 신부님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귀한 손님을 대접하듯 은그릇과 은촛대를 꺼내 식사를 대접한다.

그날 밤 장발장은 연락이 두절된 누이와 조카들을 찾을 생각으로 은그릇을 훔쳐 달아난다. 밤중에 돌아다니는 장발장을 수상히 여긴 헌병들에 의해 장발장은 다시 신부님의 집으로 끌려 오게 되고, 신부님은 자신이 은그릇을 선물로 주었다며 왜 은촛대는 가져가지 않았느냐 말한다. 헌병들이 가고 난 뒤 장발장은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자에게 당시 프랑스는 일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었고 그런 장발장을 위로해 주고 격려해 주는 가족들은 모두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온전히 나를 믿어주고 나를 따뜻하게 받아 주는 신부님에게서 장발장은 처음으로 인간적인 통찰을 느꼈을지 모른다. 장발장은 자신의 죄를 조건 없는 사랑으로 감싸준 신부님의 마음에서 ‘용서’라는 단어를 깨닫게 되었고 사람은 빈부와 상관없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인간을 만든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눈물을 쏟았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생계형 범죄가 늘어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무료급식소나 저소득층을 위한 안전망이 있었다면 장발장은 빵을 훔쳤을까?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듯 작은 범죄를 가벼이 여겨서는 절대 안 된다. 그렇지만 작은 일에도 나락으로 빠지지 않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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