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참 신을 섬기는 사람은 경건한 신앙인이다. 반면, 자기의 욕심을 채우고자 종교 행위를 하는 사람은 사이비 신자이다. 경건한 신앙인은 늘 진짜 신을 찾지만, 사이비 신자는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며 그것을 충족시킬 가짜 신을 곁에 두고 만족한다.

경건한 신자는 참된 신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씻으며 참 신의 본성을 닮아간다. 그러나 가짜 신자는 자기의 욕심을 앞세우므로 신의 형상에 자신의 타락을 덧 씌운 가짜 신, 우상을 만든다. 우상 숭배자는 이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결국 멸망으로 나아간다. 

오늘날은 가짜의 시대이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이 가짜가 또 다른 가짜 뉴스를 생산하면서 세상은 가짜로 넘쳐난다. 욕망이 들끓는 곳에는 언제나 가짜가 등장한다. 욕망이 가짜를 부르고 가짜의 근원에는 우상이 똬리를 틀고 있다. 

욕망에 굶주린 대중들은 우상을 열광적으로 좇아간다. 요새는 최고의 배우를 star라는 말 대신에 idol이라고 부르며 대놓고 우상화를 추구한 다. 이런 욕망 실현의 무절제는 대중을 우상숭배의 극치로 몰아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상숭배의 끝은 비극의 파국이 존재할 뿐이다. 

  우상숭배의 폐해는 무엇보다 진실이 실종된다는 것이다. 정치적 쟁론은 말할 것도 없고, 특정 질병의 예방접종과 같은 과학조차도 괴담이 퍼지면 전문가의 견해는 무시 되고 괴담 유포자에게 권위를 준다.

우상숭배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면서 보건 지식은 실종된다. 이런 우상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그 진원지인 우상의 정체를 알 필요가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를 설파한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네 가지 우상론을 말했다. 

첫째, 종족의 우상이다. 우상은 사람의 본성에 근거해 있고, 인류 전체에 고루 퍼져 있는 편견이다. 예를 들면, 자연을 의인화해서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 이외에는 사고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거꾸로 모든 자연은 인간과 같은 활동을 한다는 주장이 그러하다. 사실 동물이 인간과 같이 가정을 꾸리는지, 나무가 인간과 같은 통증을 느끼는지는 모른다.
그런데도 굳이 사람들은 자기식으로 자연을 곡해 하는 우상숭배를 한다. 말하자면 내로남불을 주장한다. 

둘째, 동굴의 우상이다. 개인은 독특한 성질이나 습관을 갖고 있다. 이런 성질과 습관이라는 동굴 속에 서 다른 것을 바라본다. 프로이트는 자기의 독특한 성적 견해를 이용 하여 인간을 해석했다. 모든 남성은 아버지와 성적 대결을 벌이는 것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진 것 으로 인간을 설명했고, 마르크스는 사람을 경제적으로 계층을 만들어 싸우는 존재라고 오해했다. 부분적 으로는 맞을지 모르나, 전체를 보면 전혀 왜곡된 인간상이다. 

셋째, 시장의 우상이다. 지금의 SNS에서나 옛날의 오일장에서는 장 보는 사람을 만나 그들끼리의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근거로 사람들은 구매를 그냥 결정한다. 이렇게 가공된 여론은 사람들을 일방 적으로 끌고 다니며, 조회 수와 소문은 구매자들의 독자적 견해를 뭉개버린다. 이때 상품에 대한 참다운 정보를 얻으려면 떠도는 말에 얽매이지 말고 꼼꼼히 사실을 확인 하는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 비판적 태도는 참된 지식을 확보하는 합리적 무기가 된다. 

넷째, 극장의 우상이다. 배우는 극 중의 인물과는 별개로 존재한다. 그러나 유치한 대중들은 극중 인물과 배우의 신분을 착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일은 어린이에게서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스스로 사색하지 않고 권위와 전통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의식의 어린이들’은 생각보다 많고, 이 때문에 선동 정치나 패션의 유행은 가능하다. 이를 기획하는 자들과 대중들의 공감은 안타깝게도 정치를 기만 술로 만들고 문화가치를 정치 공작 물로 타락시킨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우상론을 제시하면서 비교분석이나 사실 확인을 통해 우상의 제거를 제안하면서, 자연을 있는 대로 알아보는 적극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바로 귀납법이다. 귀납법은 여러 가지 사례를 꼼꼼히 모아 공통점을 추출 하는 방법론으로, 오늘날 과학에서 통용되고 있는 진리 파악법이다. 귀납법은 미리 큰 선언을 한 후에 그것을 쪼개어 이미 해 놓은 주장을 정당화하는 연역법과는 반대되는 법이다.

정해 놓은 결론을 박수로 통과시키는 우상화의 과정을 당 연한 것으로 맹목적으로 인정하는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합리적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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