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에 대한 기억
양해기
불을 켜지 못한 방
학교에서
먼저 돌아온 동생들이 울고 있던 방
잠들 때까지
엄마가 오지 않던 방
늘 이불이 깔린 방
치워지지 않는 밥상을 가진 방
서러운 생각에
혼자 많이 울었던 방
시 감상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 중 가장 큰 것은 빈방에 대한 기억일 듯하다. 혼자 있는 공간,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것, 내가 있고 동생이 있어도 늘 비어있는 방인 것 같은 방의 기억. 나는 나이가 들었어도 언제나 그때, 그 빈방을 갖고 있다.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빈방의 이름은 이제 골방으로 바뀐 채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방에 불을 켜주기를 바라는 듯 내내 어둡기만 한 빈 골방.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경북 달성,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집 <4차원에 대해 생각한다>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