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한춘화
요사채 문 흔든 바람은
조탑을 돌아
불이문까지 가는데
불과 몇 초
곧 적광에 들어 고요하다
그렇게 쉽게 스러지는데,
내 마음 드나드는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없는
바람
명부에 들어서면
그때야 스러질까
너를 사랑하며 일으킨
슬픔
시 감상
출가! 어려운 말이다. 집을 떠나는 것도, 불가에 귀의하는 것도, 시집을 가는 것도 모두 출가다. 본문 중 내 마음 드나드는 바람이 귓가에 맴돈다. 바람은 그렇게 자유롭게 나를 드나드는데, 정작 나는 바람의 끄트머리조차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 바람의 종착점 이‘출가’의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모든 반경을 흔드는 바람은 불과 몇 초에 불과한 소란과 곧이어 다가올 고요다. 매일 출가해 보자. 다시 돌아오면 되는 출가를 해보자. 가벼워질 것이다. 바람처럼.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 한춘화 : 2007 시선 신인상, 제7회 홍완기 문학상, 現) 도예가(김포 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