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번째, <미녀와 야수>

박수영 딥인더북 독서모임 회원

보몽 부인의 원작인 <미녀와 야수>는 디즈니 영화 속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아버지를 대신 해 야수의 성으로 들어가는 딸은 세 자매 중 막내딸이다. 아버지는 원래 큰 배에다 물건을 싣고 다니며 장사하는 부유한 상인이었다. 태풍에 배가 떠내려가는 바람에 가난뱅이가 되었고 시골로 이사를 했다. 딸들은 시골집에서 살게 된 것이 속상해 매일 투덜거렸고 마음씨 좋은 막내딸만이 아버지를 위로하며 집안을 돌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배 한 척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는 급히 배를 찾으러 떠난다. 세 딸에게 집으로 돌아올 때 갖고 싶은 것을 하나씩 사주겠다고 하자 언니들은 앞다투어 새 옷과 새 구두를 부탁한다. 하지만 막내딸은 아버지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부탁한다.

아버지가 항구에 도착하고 보니 배가 다시 거센 파도에 떠내려갔고 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숲에서 길을 잃은 아버지는 아침이 되어서야 향긋한 꽃향기에 눈을 떴다. 아버지가 근처 꽃밭에서 장미를 찾아 막 한 송이를 꺾었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야수가 나온다.

으르렁거리는 야수에게 마지막으로 세 딸의 얼굴을 보고 오겠다고 하지만 야수는 늙은 아버지 대신 벌을 받으러 올 딸이 있다면 그를 용서해 주겠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딸들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언니들은 “막내 때문에 생긴 일이니 막내가 가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결국 막내는 아버지를 대신해 야수의 성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죽어가는 야수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에 야수는 마법이 풀려 왕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책 어디에도 막내가 미녀라는 말은 없다. 막내가 원했던 장미 한 송이는 아버지를 대신해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는 원인이었으며, 야수를 마법에서 풀리게 한 결과이기도 하다. 막내가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은 배를 찾으러 떠나는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고 두려움을 가지고 야수의 성에 왔지만 야수를 보고 경멸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가엾게 여기는 따뜻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야수가 어떤 이유로 마법에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랑과 희생, 인정과 연민 등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괴물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야수에게 없는 따뜻한 마음이 아름다워서 미녀라고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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