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 18

박영준

김포중앙교회 원로목사

예배당을 건축하고 교회가 성장하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돼 지역사회로 눈을 돌려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찾으며 행한 두 번째 사업이 ‘아버지학교’다. 오늘날 무너져 가는 젊은 가정들을 바로 세워야겠다 생각하면서 두란노서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을 우리 지역에 접목해야겠다 맘먹었다. 담임목사인 내가 먼저 경험해야겠기에 2002년 11월, 교회당 건축 후에 교회가 급성장하면서 내년도 목회 계획을 세우는 일도 벅찼지만, 이 시대에 지역사회를 위해 우리 교회가 꼭 해야 할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고 즉시 등록을 하고 5주간 동안 매주 토요일 서울 서빙고에 위치한 두란노서원에서 시행하는 ‘아버지학교’를 경험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03년 봄. 내가 지도목사가 되어 김포 두란노아버지학교 1기(3월 15일-4월 12일)를 김포중앙교회에서 개설했다. 본 교회성도 30%와 김포, 부천, 일산 등의 성도들과 비 그리스도인 등 98명이 참여했다. 이미 아버지학교를 경험한 도우미 100여 명과 함께 성대하게 진행했다. 그 후 1년에 2~3회 실시했으며 운영위원장은 타 교회 성도가 맡도록 하고, 모든 진행은 본부주관으로 유명한 강사들을 초청해 진행했다. 그러다가 타 교회에서 요청하면 그 교회로 가서 개설하고 지원하기도 하고, 교회가 없을 때에는 우리 교회에서 계속 개설했다.

아버지학교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곧 ‘가정의 문제’이며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첫째 성경적인 아버지상을 추구하며, 둘째 실추된 아버지의 권위를 회복시키고, 셋째 잘못 행사되고 있는 아버지의 권위를 바로 잡고, 넷째 아버지 부재의 가정으로 아버지를 되돌려 보내자는 목적으로 1995년 10월에 두란노서원에서 처음 개설되었다.

아버지학교에서는 지원한 아버지들이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자녀와 아내에게 편지쓰기, 자녀 그리고 아내와 데이트하기, 자녀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 20가지 쓰기 등 과제물을 줌으로써 토요일에 강의 듣고 배운 것을 한 주간 동안 실제적으로 가정에서 적용하도록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깊이 회개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이혼한 부부가 극적으로 재결합하기도 하며 전과자가 회개하고 신앙인이 되기도 했다.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가정이 치유되어야 한다’ ‘가정은 변화무쌍한 사회의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 ‘가정은 무장해야 한다’ ‘가정은 성장해야 한다’ ‘가정은 안정돼야 한다’ 등 가정을 회복시키기 위한 관심과 애타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오랜 세월동안 여자에게 맡겨져 꾸려온 오늘의 가정을 보면 많은 가정들이 헤매고 있으며 위태하고 역부족이고 병든 가정들이 많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역할의 조화가 필요하다. 가정은 아버지들의 관심 밖이었다. 아내의 역할은 가정을 돌보는 것이었고 남편의 역할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들은 가정을 위해 일하기 시작했는데 일은 아버지를 가정 밖으로 불러내고 아버지의 마음에서 가정의 자리를 앗아가고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을 어머니가 독차지했다.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긴 자녀들은 사랑의 결핍 환자로 성장해갔고 이제는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기며 일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만 좋은 아버지로 인식하는 등 아버지는 자녀들의 삶 속에서 이미 밀려나 버린 존재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개설하게 된 아버지학교는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주제로 5주간 매주 토요일 오후에 모여 훈련하면서 시작할 때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라고 외치며, 첫 번째 만남에서는 ‘아버지의 영향력’, 두 번째 만남에서는 ‘아버지의 남성’, 세 번째 만남에서는 ‘아버지의 사명’, 네 번째 만남에서는 ‘아버지의 영성’, 마지막 다섯 번째 날에는 ‘아버지와 가정’이라는 주제로 아내도 참석한 가운데 결단하며 수료식을 가졌다.

매회마다 몇 사람이 앞에 나와 간증을 하는데 “청소년 시절에 아버지로 인하여 많은 상처를 받으며 자랐기에 나는 절대로 우리 아버지와 같은 폭군 아버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살았는데 지금 돌아보니 내가 꼭 내 아버지와 같은 폭군 아버지로 자녀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했다. 마지막 날에는 아내를 초청해 남편이 사랑하는 아내의 발을 씻기는 사랑의 세족식에서는 부부가 포옹하고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눈물은 사랑이고 희망이다.

진행자들은 깍듯한 섬김으로 한 분 한 분 아버지를 모시어 배움과 나눔과 경험을 통해 아버지의 치유와 회복을 이루고자 하는 모든 순서를 사랑과 정성으로 준비했으며 가정을 세우신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데 방해물이 되지 않도록 모든 환경과 여건과 마음으로 준비하며 진행했다. 가정은 사람을 만드는 공장이요 아버지는 가정 경영에 앞서야 한다. 아버지는 가정의 운전자다. 운전자가 난폭운전자, 폭력운전자, 음주운전자라면 그 가정의 장래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아버지의 수준이 가정의 수준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