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산문

박주택

 

어둠을 뚫어지게 바라보니 어둠도 뚫어지게 바라본다
별이 빛으로 반짝이기까지는 낮은 무엇의 배경이 되었을까
어둠이, 어둠이 되었을 때 
그 배경으로 잠이 들고 말도 잠을 잔다 
말이 잠들지 않았다면 붉은 말들은 무엇을 만들어 낼 것인가
어둠 속으로 한 발자국 걸어가는 동안 
어둠이 한 발자국 걸어온다 
어둠은 낮에게 어둠에 가깝게 보일 때까지 
자신을 말하지 않고도 낮의 것을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검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어둠이 키우는 것은 대게 마른 것들 
벌어진 살에 쓸리는 것들 
어둠 속에서 어둠의 숨을 듣는다 
어둠에게 서서 내 어께에 얹는 손을 본다 
어둠이 깊은 것으로 자신을 만들어 
모든 것의 배경이 되는 것을 본다 

수많은 별이 빛날 때까지 

수많은 말이 잠들 때까지 

수많은 마음이 잠들 때까지

시 감상 
어둠이라는 말은 낮을 배경으로 한 말이겠다. 낮과 어둠의 다른 정반 대의 속성이 있다는 말은 딱히 아닐 것 같다. 어쩌면 어둠은 우리가 만들어낸 造語인지도 모른다. 아플 때, 힘들 때, 사랑할 때, 등등 함 부로 규정하기 어려운 나를 자유스럽게 펼칠 빈 대본이 있다면 아마 ‘어둠’이라는 누구나 첨삭이 가능한 삶의 ‘대본’ 아닐까 싶다. 박주택 의 말처럼 모든 것의 배경이 되는 것을…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 박주택  : 경희대 국문과 동 대학원,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집 <시 간의 동공>외 시론, 평론집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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