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우리동네③ <떨림과 울림>

코뿔소책방에서는 매주 독서모임이 진행된다. 책 선정은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 정하게 되는데 <떨림과 울림>은 그 어느 누구도 선뜻 찬성하지 않았던 책이었다. 물리학자가 쓴 물리학에 대한 글이라니,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했을 것이다. 편독하지 않기로 약속한 모임원들에게도 물리학 책은 생소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책방지기, 바로 나의 적극 추천과 설득에 의해 모두가 읽게 된 책이 바로 <떨림과 울림>이다.

책이 선정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모두에게서 불평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사실 나는 이공계열 전공자라 이게 어렵다고? 과학적인 내용이라고는 기초 물리학 정도 수준인데 왜 다들 어려워할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이 책은 물리학 전공 책이 아니라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가 쓴 글이 아닌가.

하지만 모임 당일 모두 같이 모여 나눈 첫마디, 모두의 소감은 “너무 좋았다!”였다.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맥스웰 방정식이 무엇인지는 더이상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 책 한 권을 완독하고 이해하기 위해 누구는 물리학 기초를 공부해왔고, 김상욱 교수의 이전 작품을 찾아 읽어왔으며 동영상으로 강의까지 듣고 왔다고 했다. 독서모임이라는 작지만 큰 장치 하나로 모두가 노력한 결과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물리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들을 소개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인문학적인 접근을 함께한다. 물리라는 학문을 통해 우리 존재와 삶, 죽음, 사람과의 관계까지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책인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들을 위상수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이라니. 삶의 겉모습을 늘리는 것에 집착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져주는 듯한 대목이었다.

이 책으로 모임을 끝낸 후 모임원들에게 들었던 책에 대한 긍정적인 소감도 뿌듯하고 감사했지만, 앞으로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이 여태껏 읽어왔던 장르가 아닌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다고 이야기해 준 것이 나에겐 굉장히 고무적이고 행복했던 포인트였다.

‘과학은 단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 혹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은 후의 내 삶을 조금이라도 과학적인 태도로 대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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